“3,000원에 누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천년의 시간 품은 성곽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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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
백제 왕도를 지킨 2,660m 산성

공주 공산성 겨울
공주 공산성 겨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12월의 공주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금강의 물줄기가 잔잔히 흐르고, 성곽 능선 위로 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그 강변 야산을 휘감으며 이어지는 2,660m의 긴 성벽 너머, 백제 왕들이 63년간 나라를 지켰던 도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산성은 단순한 군사 요새가 아니라 왕궁과 행정부가 함께 자리했던 특별한 공간이며, 조선시대 인조 임금의 피난처였고, 광복 직후 백범 김구 선생이 나라의 회복을 기원하며 이름을 새긴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475년 백제가 한성에서 이곳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순간부터 지금까지 천년을 이어온 시간의 켜를 살펴봤다.

공주 공산성

공주 공산성 겨울
공주 공산성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충남이

공산성은 금강변 야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쌓은 포곡형 산성으로, 동서 약 800m, 남북 약 400m 규모로 펼쳐진다. 원래 백제시대에는 고운 흙과 모래흙을 번갈아 다져 쌓는 판축기법으로 토성과 석성을 혼합해 축조했으나, 조선시대를 거치며 대부분 석성으로 개축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성곽에는 남문 진남루와 북문 공북루가 조선시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으며, 1993년에는 동문 영동루와 서문 금서루가 복원되면서 4개 방향의 문이 모두 갖춰졌다.

이 과정에서 암문, 치성, 고대, 장대, 수구문 같은 백제시대 방어시설도 함께 확인되었는데, 이는 산성이 단순히 군사적 기능만 수행한 것이 아니라 왕실과 행정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역사의 켜가 쌓인 공간

백범 김구 선생
백범 김구 선생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충남이

공산성은 475년 백제 문주왕이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하면서 63년간 왕도를 지키는 핵심 요새가 되었고, 백제 멸망 직후에는 의자왕이 잠시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1946년 4월 백범 김구 선생과 이시영 선생이 공산성을 방문했을 때, 일제강점기 동안 지워진 이름을 되살리고자 나라를 다시 찾았다는 의미의 광복(光復)이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이것이 지금의 광복루가 되었다.

광복루는 오늘날 공주 시내와 금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사랑받으며, 백범의 역사의식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금강 조망과 백제 병사의 근무 재현

공주 공산성 야경
공주 공산성 야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곽을 따라 2,660m를 걷는 동안 금강의 시원한 물줄기와 공주 시내 전경이 동시에 펼쳐지면서, 방문자는 백제 병사들이 바라보았을 풍경을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

겨울밤 성곽길에서 바라보는 금강과 시내 야경은 여행에 특별한 여운을 남기는 편이다. 백제문화제 기간에는 공산성 앞에서 금강신관공원까지 부교(임시다리)가 운영되어, 금강 건너편에서 공산성의 웅장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곽 전체를 도보로 둘러보는 데는 2시간 이상이 소요되므로, 편한 운동화와 충분한 시간 준비가 필요하다. 능선 해발 110m의 경사로 구간이 있어 적절한 복장과 신발을 준비하는 게 좋다.

금강 풍경
금강 풍경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충남이

공산성(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로 280)은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다르게 적용된다. 봄부터 가을까지(3~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겨울(11~2월)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종료 30분 전이다. 1월 1일과 설·추석 당일은 휴무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과 군인은 2,000원, 어린이는 1,000원이며, 공주시민은 50% 할인이 적용된다. 주차는 금서루와 공북루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는 금강신관공원(공산성 맞은편, 야경 감상),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백제 왕실 무덤 및 유물관), 마곡사(백제 고찰) 같은 연계 코스가 있어, 하루 일정으로 백제 역사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 공주 시내 전통시장과 맛집도 도보나 버스로 5~30분 거리에 있어, 지역 먹거리와 문화를 함께 즐기기 좋다.

공주 공산성 성곽
공주 공산성 성곽 / 사진=충청남도 공식 블로그 충남이

공산성은 백제 왕도의 63년 역사와 조선시대 피난처의 기억, 광복의 염원까지 천년의 시간을 한 공간에 담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성벽 돌 하나, 문루 기둥 하나에도 시대를 관통한 흔적이 새겨져 있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한국 고대사의 교과서로 기능하는 셈이다.

겨울 햇살 아래 성곽길을 걸으며 금강을 내려다보고, 백범이 이름 붙인 광복루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끼고 싶다면, 지금 이 계절에 공주로 향해 백제 왕들이 바라보았던 풍경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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