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네스코 유산이 무료라니”… 천년 고찰이 붉게 물드는 가을 단풍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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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
입장료 없이 즐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을

공주 마곡사 가을
공주 마곡사 가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공주 마곡사의 공식 주소는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이다. 신라 선덕여왕 9년 640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 사찰은 2018년 6월 30일, 통도사, 법주사 등 6개 사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7세기 이후 한국 불교의 전통과 역사가 단 한 번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온 ‘살아있는 종합 수행 공간’이라는 가치였다.

이는 마곡사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언급된 ‘십승지지’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십승지지란 난리가 닥쳐도 몸을 보전할 수 있는 10곳의 명당을 뜻하는데, 실제로 마곡사는 태화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덕분에 임진왜란의 화마와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그 원형을 거의 완벽하게 보존해냈다.

2023년 5월, 입장료 전면 무료화

공주 마곡사 단풍
공주 마곡사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토록 위대한 인류의 유산을 감상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23년 5월 4일부로 ‘무료’가 되었다. 정부의 문화재 관람료 지원 정책 시행에 따라, 마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65개 사찰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먼저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전면 폐지했다.

2025년 10월 현재,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자유롭게 거닐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백범 김구의 진짜 흔적, 1898년과 1946년

공주 마곡사 단풍나무
공주 마곡사 단풍나무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마곡사의 역사를 더욱 묵직하게 만드는 것은 백범 김구 선생의 흔적이다. 하지만 이곳에 얽힌 이야기 역시 많은 방문객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청년 김구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군 장교를 처단한 뒤 1898년 인천형무소에서 탈옥해 이곳 마곡사로 피신했다. 그는 삭발 후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고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많은 이들이 대광보전 앞에 있는 향나무를 김구 선생이 ‘출가하며 심은 나무’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향나무는 1946년, 해방된 조국에 돌아온 백범이 감회에 젖어 마곡사를 다시 찾았을 때 기념으로 심은 것이다.

1898년 스물셋 청년의 고뇌와 1946년 환국한 독립운동 지도자의 감격, 그 48년의 세월이 이 나무 한 그루에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선생이 머물렀던 ‘백범당’과 삭발터가 그날의 역사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계곡을 가른 두 개의 공간, 태화천 단풍

공주 마곡사 가을산책
공주 마곡사 가을산책 / 사진=ⓒ한국관광공사 신혜성

마곡사의 가을 풍경은 사찰을 ‘S’자 모양으로 휘감아 도는 태화천 계곡에서 절정을 이룬다. 일주문을 지나 해탈문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진입로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붉고 노란 단풍 터널로 변한다.

마곡사의 공간 배치는 이 태화천을 기준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계곡 남쪽은 ‘남원’, 북쪽은 ‘북원’이라 불린다. 남원은 영산전, 대광보전, 백범당 등 스님들의 수행 및 생활 공간이 중심이며, 북원은 사찰의 중심 불전인 대웅보전과 5층 석탑이 자리한 예불 공간이다.

이 두 공간을 잇는 극락교 위에서 바라보는 태화천 단풍의 반영은 마곡사의 백미로 꼽힌다. 특히 북원에 우뚝 솟은 공주 마곡사 5층 석탑은 주목할 만하다. 이 탑은 일반적인 신라 석탑과 달리, 상륜부가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원나라 양식으로 만들어져 국제 교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무료 혹은 4,000원 주차

공주 마곡사
공주 마곡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태상

입장료가 무료화되면서 주차 정책은 방문객이 꼭 확인해야 할 실용 정보다. 주차 옵션은 두 가지다.

첫째, 사찰 입구에서 약 1.2km 떨어진 ‘야외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비는 무료다. 이곳에 주차하고 태화천을 따라 단풍길을 걸어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둘째,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이를 동반한 경우, 사찰 경내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다. 이 경우 주차비는 4,000원이 부과된다. 걷는 즐거움을 택할지, 편리함을 택할지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관람 시간은 2025년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운영된다. 북적이는 단풍 명소를 벗어나, 전란도 피하게 한 ‘십승지지’의 고요함 속에서 입장료 부담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을과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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