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무료인데 유네스코 등재?”… 국보까지 품은 1,400년 천년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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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 백범 김구의 숨결이 깃든 천년 고찰

공주 마곡사 겨울
공주 마곡사 겨울 / 사진=국가유산청, AI

겨울 안개가 태화산 능선 사이를 흐른다. 해발 450m 산자락에 자리한 산사의 기와지붕 위로 흰 김이 피어오르며, 폭설이 내린 뒤 하얀 설경이 경내를 뒤덮는다. 절마다 쌓인 눈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천년 전각의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은 투명한 빛을 머금은 채 흔들린다.

이곳은 신라 선덕여왕 시대부터 이어진 고찰이며,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중 한 곳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은신하며 삭발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며, 2025년 1월 오층석탑이 국보 제2113호로 승격되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한층 강화됐다.

사철 약수가 흐르는 계곡과 천년 전각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사계절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1,400년 역사

공주 마곡사
공주 마곡사 / 사진=마곡사

마곡사(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는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이 절은 1191년 보철화상이 설법할 당시 청중이 삼대처럼 많아 ‘마곡사(麻谷寺)’로 명명됐으며,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후 1651년 복원됐다.

1782년 다시 화재를 겪었으나 1788년 대광보전을 비롯한 주요 전각을 중창하며 오늘날 모습을 갖췄다. 유네스코는 2018년 마곡사를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곳 중 하나로 선정했다.

자장율사 창건, 보철화상 중창, 각순대사 재건으로 이어지는 승려 계보는 한국 불교사의 맥을 보여주며, 산 중턱에 자리한 입지는 외부 소음과 완전히 단절된 명상 환경을 제공한다.

국보 오층석탑과 보물 3건의 문화재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곡사의 대표 문화재는 2025년 1월 9일 국보 제2113호로 승격된 오층석탑이다. 높이 약 5m의 이 석탑은 고려 후기 양식을 따르며, 라마탑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형태가 특징이다. 기단부터 상륜부까지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은 수백 년 세월 동안 풍화를 견뎌냈으며, 설경 속에서 그 자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경내에는 영산전(보물 제800호),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등 조선 시대 건축물 3동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대광보전은 1788년 완공된 건물로, 내부 문살에 새겨진 조선 후기 장식문양이 섬세하며 창호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법당 안을 은은하게 비춘다. 2023년 10월에는 소조사천왕상이 보물로 지정되면서 문화재 목록이 더욱 풍성해졌다.

백범 김구의 발자취와 명상의 숲길

공주 마곡사 겨울 풍경
공주 마곡사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곡사는 1898년 백범 김구 선생이 은신하며 삭발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곳에서 법명 ‘원종(圓宗)’을 받았으며, 해방 후 사찰을 다시 찾아 백범당 앞마당에 향나무를 손수 심었다. 현재 백범당은 그의 역사적 숨결을 간직한 공간으로 방문객에게 개방되며, 향나무는 수십 년 동안 자라 지금도 경내에 그늘을 드리운다.

백범 명상길은 백범당에서 출발해 군왕대까지 이어지는 약 1시간 코스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곡 소리가 들리고, 겨울철에는 얼어붙은 폭포와 설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군왕대에 오르면 태화산 일대가 한눈에 펼쳐지며, 맑은 날에는 공주 시내까지 조망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예불·명상·염주 꿰기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무료 입장과 연중무휴, 주변 연계 관광 코스

공주 마곡사 전경
공주 마곡사 전경 / 사진=국가유산청, AI

마곡사는 입장료가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주차장도 무료로 제공되지만 주말과 연휴에는 차량이 몰려 만차될 수 있어 오전 일찍 방문하는 편이 좋다. 사찰 내부에는 별도의 유료 주차장(4,000원)도 있으니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사찰 문의는 041-841-6226(마곡사 종무소)로 가능하며, 템플스테이는 공식 홈페이지(https://www.magoksa.or.kr)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공주 산성동터미널에서 770번 버스를 이용하면 약 60분 내외 소요되며, 배차가 불규칙해 사전에 시간표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택시는 공주 시내에서 약 20~30분 거리며, 마곡사 인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공산성(차량 25분), 공주 한옥마을(20분), 동학사(40분), 계룡산국립공원(50분) 등 연계 관광지가 많아 1박 2일 코스로 짜기에 적합하다.

공주 마곡사 설경
공주 마곡사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중일

마곡사는 1,400년 역사와 유네스코 인증, 백범 김구의 발자취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무료로 개방되는 문화유산이자 사계절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산사이다.

겨울 설경 속 고요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해 천년의 시간을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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