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들도 반했다”… 꽃·한옥·돌담이 만든 경남도 배롱나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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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와 고택이 완성한 여름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
함안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 / 사진=함안군 관광교육과

“올여름 인생샷은 어디서 건질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SNS가 매년 정답처럼 제시하는 곳이 있다. 한여름의 열기마저 잊게 할 만큼 비현실적인 풍경, 바로 함안 고려동 유적배롱나무다.

낡은 돌담과 고즈넉한 한옥, 그리고 그 위로 폭발하듯 피어난 진분홍 꽃송이의 조합은 왜 수많은 사진가들이 삼각대를 챙겨 이곳으로 향하는지 한눈에 이해하게 만든다. 이곳은 단순한 꽃구경 장소가 아니다. 자연과 시간이 공들여 완성한 완벽한 야외 스튜디오이자, 살아있는 작품이다.

“돌담, 고택, 그리고 꽃송이의 완벽한 삼중주”

고려동유적지
함안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 / 사진=함안군 관광교육과

경상남도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992에 자리한 함안 고려동 유적의 아름다움은 세 가지 요소의 완벽한 조화에서 나온다. 첫째는 세월의 흔적이 멋스러운 ‘돌담’이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질감의 돌담은 그 자체로 훌륭한 배경이 되어준다.

둘째는 우아한 곡선을 뽐내는 ‘한옥 기와지붕’이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고택의 선은 풍경에 안정감과 품격을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 모든 것을 완성하는 ‘진분홍 배롱나무‘다. 무심한 듯 뻗어 나온 가지에서 피어난 화려한 꽃송이는 마치 회색 캔버스에 찍은 선명한 방점과도 같다.

함안 배롱나무
함안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 / 사진=함안군 관광교육과

이 완벽한 풍경에는 600년의 이야기가 은은한 향기처럼 배어있다. 본래 이곳은 고려가 저문 뒤, 충절을 지키려 했던 이오 선생이 은거했던 곳이다. 그런 까닭에 100일간 붉게 피어나는 배롱나무의 모습이 더욱 애틋하고 고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거운 역사를 모두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이 아름다운 풍경에 그런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앞의 꽃이 한층 더 특별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더 예쁘다, 배롱나무 200% 즐기기

떨어진 배롱나무 꽃
함안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 / 사진=함안군 관광교육과

이곳의 풍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유적지 중심에 있는 자미정(紫薇亭)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자미화(紫薇花)’가 바로 배롱나무의 또 다른 이름으로, 정자 이름에 꽃 이름을 붙일 만큼 이곳 사람들의 배롱나무 사랑이 각별했음을 알 수 있다. 자미정 마루에 걸터앉아 정면으로 보이는 배롱나무와 담장을 함께 프레임에 담는 것이 이곳의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최고의 사진을 위한 팁은 ‘대비’를 활용하는 것이다. 쨍한 핫핑크색 꽃잎과 거친 돌담의 질감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사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너무 이른 아침보다는 해가 중천에 떠 빛이 풍부한 시간에 꽃의 색감이 가장 화사하게 살아난다.

혹시 꽃 이름이 헷갈릴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화단에서 보는 동그란 풀꽃은 ‘초화류 백일홍’이고, 이곳의 주인공은 나무에 피는 ‘목(木)백일홍’, 즉 배롱나무다. 이 작은 차이를 알고 보면 풍경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함안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
함안 고려동유적지 배롱나무 / 사진=함안 공식블로그 조윤희

주말에 방문한다면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꽃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입장료와 주차 모두 무료이니, 부담 없이 찾아와 여름날의 예술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수백 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오직 한여름에만 허락된 이 눈부신 풍경.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모든 순간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이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완벽한 아름다움 속에서 올해 최고의 ‘인생샷’을 남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황홀한 기억은 100일간 피는 저 붉은 꽃처럼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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