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송이가 전부 다 수국”… 걷는 내내 감탄 나오는 16만 평 비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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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수국 명소

그레이스정원
그레이스정원 수국 / 사진=그레이스

여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생각, 어딘가 조용하고 예쁜 곳에서 하루쯤 쉬어가고 싶다는 갈망. 그 마음에 수국이 만개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더해지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경상남도 고성, 백암산 자락 아래 숨은 듯 펼쳐진 ‘그레이스 정원’은 그런 여름날의 갈증을 부드럽게 적셔주는 비밀 정원 같은 곳이다.

16만 평의 대지 위에 30만 주 넘는 수국과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이곳은 ‘전통과 예술 정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담고, 방문자에게 시각적 휴식과 감성적인 여운을 남긴다.

고성 그레이스정원
그레이스정원 수국 / 사진=그레이스

2020년 6월 25일, 고성군 상리면에 문을 연 ‘그레이스 정원’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다. 무려 19년의 시간 동안 황무지 같던 땅을 가꿔 탄생한 이곳은 누군가의 삶이 고스란히 깃든 공간이다.

경상남도에서 지정한 제6호 민간 정원으로, 이 정원이 품고 있는 이름 ‘그레이스(GRACE)’는 우아함과 동시에 ‘은혜’를 뜻한다.

고성 수국 명소
그레이스정원 수국 / 사진=고성 공식블로그 조윤희

입장료는 어른 기준 10,000원으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중고생과 고성군민, 경로우대자 등에 따라 할인 혜택이 있으며, 무엇보다 입장권을 제시하면 1인 1잔의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는 점은 반갑다.

정원 중간에 위치한 숲속 카페에서 이 음료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여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시원한 음료 한 잔은 그야말로 작은 오아시스가 된다.

수국이 절정을 맞는 6월 하순부터 7월 초까지, 그레이스 정원은 색색의 꽃들로 가득 찬다. 분홍빛부터 보랏빛, 연하늘빛까지 다양하게 변화하는 수국은 토양의 산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특별한 꽃이다.

그레이스정원 분수대
그레이스정원 분수대 / 사진=고성 공식블로그 조윤희

한 송이의 크기보다 집단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지는 이 꽃은, 장마철과 겹쳐 더 강하게 피어난다. 꽃밭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꽃밭’, ‘수국 동산’, ‘종려나무길’, ‘돌담길’ 등 이름만으로도 감성 가득한 장소들이 이어진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단연 베데스다 연못이다. 32도를 웃도는 여름날, 시원하게 분수 물줄기를 내뿜는 이곳은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잦아든다.

그레이스 정원이 단순한 꽃 정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과 예술 정원’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스토리와 연출 덕분이다. 숲속 교회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신과 마주하는 장소가 된다.

그레이스정원 수국
그레이스정원 수국 / 사진=그레이스

또한 곳곳에 놓인 조형물과 예술적인 동선은 자연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다.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찰나의 사색과 감정을 공유하는 장소로서 더 빛나는 공간들이다.

정원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나무와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는데, 이는 설립자의 철학과 자연에 대한 존중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다.

한국은 물론, 일본, 인도네시아, 아메리카 등지에서 들여온 식물들이 어우러져 계절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성 그레이스정원 수국
그레이스정원 수국 / 사진=고성 공식블로그 조윤희

고성의 그레이스 정원은 단순한 수국 명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화려한 꽃과 푸른 나무들, 예술이 녹아든 공간 구성은 방문객에게 시각적 만족을 넘어 감정의 안식을 제공한다.

수국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7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정원은 그 자체로 힐링이고 쉼이다. 때로는 입장료보다 중요한 것이 그 공간이 주는 감정과 경험이라는 것을, 그레이스 정원은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지금 이 여름,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 줄 단 한 곳을 찾는다면, 고성의 ‘그레이스 정원’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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