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제주도까지 갈 필요 없어요”… 물길부터 숲길까지 다 있는 2.4km 올레길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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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금오산 올레길

금오산 올레길
금오산 올레길 / 사진=구미시 문화관광

언제부턴가 그들은 ‘정상’을 고집하지 않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복해야 할 목표 대신, 나란히 걸으며 잔잔한 풍경을 나눌 수 있는 길을 찾는다. 대한민국 사회의 허리를 떠받치며 가장 치열한 시간을 보낸 4050세대가 ‘등산’이 아닌 ‘산책’에서, ‘성취’가 아닌 ‘성찰’에서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이 유독 한 곳으로 향한다. 바로 경상북도 구미의 금오산 올레길. 무려 9년의 공을 들여 2016년에 완성된 이 길은, 어째서 중장년층의 새로운 ‘마음 성지’가 되었을까. 그 2.4km 속에 숨겨진 위로의 비밀을 들여다본다.

9년의 세월로 빚어낸 ‘걷는 경험’의 모든 것

금오산 올레길 항공샷
금오산 올레길 항공샷 / 사진=구미시 문화관광

금오산 올레길은 단순히 산자락에 길을 낸 것이 아니다.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산로 164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이 길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민들의 완벽한 휴식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되고 다듬어진 공간이다.

총 길이 2.4km, 한 시간이면 넉넉히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이 순환형 코스는 정상 정복의 부담감 대신 금오산의 수려한 산세와 금오지의 평화로운 물결을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금오산 올레길 코스
금오산 올레길 코스 / 사진=구미시 문화관광

이 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조로움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방문객은 약 한 시간의 산책 동안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채로운 길을 경험하게 된다. 단단한 제방길을 밟으며 길을 시작하고, 곧이어 잔잔한 금오지 물결 위를 통통 튀듯 걷는 ‘부잔교’를 만난다. 물 위를 걷는 듯한 독특한 경험은 일상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한다.

아름다운 아치교를 건너면 숲의 향기가 가득한 데크로드가 이어지고, 발목이 편안한 푹신한 흙길을 밟으며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주하는 길의 형태는, 마치 오르막과 내리막, 단단하고 무른 길을 모두 거쳐온 4050세대의 인생길을 닮아 더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사계절, 사색, 그리고 쉼

구미 금오길 올레길
구미 금오길 올레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곳을 다녀간 이들이 공통적으로 남기는 후기는 “자연에게 위로받았다”는 것이다. 그 위로는 금오산 올레길이 품은 사계절의 뚜렷한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봄이면 길 양옆으로 흐드러진 벚꽃이 분홍빛 터널을 만들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금오지 수면에 그대로 비쳐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겨울의 설경은 고요한 동화 속 풍경으로 방문객을 안내한다. 언제 찾아도 다른 얼굴로 반겨주는 자연 덕분에, 이곳에서의 산책은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길 중간에 만나는 팔각정 ‘금오정’에 오르면 금오산과 금오지가 빚어내는 파노라마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길가에 조성된 수변생태학습원에서는 수련, 물양귀비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하며 생태적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거나, 금오지에서 오리배를 타며 물 위에서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구미 금오산 올레길 산책
구미 금오산 올레길 산책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고, 빠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 금오산 올레길은 바로 그런 곳이다. 시작점 주차장에 완비된 화장실과 매점, 그리고 밤 10시까지 환하게 길을 밝히는 야간 조명은 언제든, 누구나 편안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혹은 그저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자연의 위로가 필요할 때, 9년의 정성으로 완성된 이 길은 당신을 위해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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