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리 해송군락지, 100년 솔숲 힐링

솔향과 바다 내음이 뒤섞이는 공기, 발바닥을 부드럽게 간질이는 흙길. 수도권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는 거리에 이토록 완벽한 휴식을 선물하는 곳이 있다.
흔한 바닷가 소나무 숲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곳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왕실의 땅이었으며, 이제는 국가가 그 가치를 인정한 지질공원의 일부로 거듭났다. 단순한 산책을 넘어 땅의 역사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떠나보자.
왕의 땅에서 모든 이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이 특별한 숲은 공식적으로 궁평 해송군락지라 불리며,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1049-24 (궁평리 513-9) 일원에 자리한다. 그 이름 ‘궁평(宮坪)’은 조선 시대 궁궐에서 직접 관리하던 땅, 즉 ‘궁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왕실의 소유였던 기름진 땅이 세월을 거쳐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거닐며 위안을 얻는 공공의 자산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입장료는 물론 주차료까지 무료로 운영돼, 부담 없이 언제든 찾아와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점은 이곳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이곳의 가치는 단순한 휴식처에 머물지 않는다. 2019년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은 경기서해안 국가지질공원의 10개 지질명소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궁평리 해안은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해안사구와 독특한 퇴적 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지질학적 보전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무심코 걷는 이 해변과 숲이 사실은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사실은 여행에 특별한 깊이를 더한다.
100년의 시간이 만든 710m의 푸른 터널

궁평 해송군락지의 심장은 단연 100년 안팎의 수령을 자랑하는 아름드리 해송 약 1,000그루가 만들어내는 울창한 숲이다. 이 소나무들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며 형성한 푸른 장벽은 바다의 짠 바람을 막아주고, 방문객에게는 상쾌한 피톤치드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숲 사이로 조성된 710m 길이의 나무 데크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최근 건강 트렌드로 떠오른 ‘맨발 걷기’ 명소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데크길 옆으로 난 부드러운 흙길을 신발을 벗고 걸으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자연의 감촉과 솔향, 바다향이 오감을 깨운다.
오른쪽으로는 빽빽한 소나무가, 왼쪽으로는 시원하게 펼쳐진 서해 바다가 동행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왕복으로 1시간 남짓, 짧지만 강렬한 치유의 경험을 선사하는 이 길은 반려동물과 함께 거닐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산책부터 미식까지, 완벽한 하루 여행

산책의 끝은 또 다른 즐거움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활기 넘치는 궁평항에 닿는다.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수산물 직판장과 식당가는 숲길 산책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궁평리 해수욕장에서는 물때에 맞춰 갯벌 체험도 가능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유원지 입구에는 갯벌 체험 후 몸을 씻을 수 있는 야외 세면대와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해안가 뒤편 잔디밭 공원에는 피크닉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어, 도시락을 준비해 와 여유로운 소풍을 즐기기에도 좋다. 서해안 최고의 일몰 명소로 꼽히는 만큼,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배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땅의 이야기를 느끼고 싶다면, 왕실의 역사에서 시작해 국가가 인정한 지질·생태 유산으로, 그리고 오늘날 우리 모두를 위한 쉼터로 거듭난 궁평 해송군락지로 이번 주말에는 역사의 향기와 자연의 숨결이 공존하는 이곳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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