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인데 석굴암의 원조격이라니”… 20m 높이 절벽 깎아 만든 자연 동굴 사찰

입력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 신라 석굴의 원조

군위 아미타여래삼존석굴
군위 아미타여래삼존석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른 아침 팔공산 자락에 안개가 내려앉으면, 절벽 사이로 숨겨진 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20m 높이 절벽 한가운데 뚫린 원형 입구는 마치 산이 품은 비밀 같은 풍경이다. 햇살이 절벽을 타고 내려올 때면 동굴 안쪽에서 은은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석굴암보다 앞서 만들어진 신라 석굴이 여기에 있다. 천연절벽을 깎아 만든 이 공간은 자연동굴을 활용한 국내 석굴사원의 시초로 평가받으며, 1962년 국보로 지정된 귀한 문화유산이다. 인공석굴인 석굴암과 달리 자연이 만든 동굴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동굴 속 삼존불이 천년 넘게 지켜온 신라의 흔적은 겨울에도 온전히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인 이 석굴은 접근성마저 뛰어나 사시사철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팔공산 절벽에 새겨진 신라의 기도

아미타여래삼존석굴 풍경
아미타여래삼존석굴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남산4길 24)은 팔공산 자락 해발 약 600m 지점 절벽에 자리한 천연동굴 석굴사원이다. 493년 신라 소지왕 시절 극달화상이 창건했다는 전승이 전해지나, 학계에서는 7세기 후반에서 700년경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석굴암이 751년 창건을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50년 이상 앞선 석굴 건축물이며, 인공석굴인 석굴암과 달리 자연동굴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1927년 한밤마을 청년이 우연히 발견한 이후 1962년 정부 조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 20일 국보 제109호로 지정됐다.

2010년 12월에는 명칭이 ‘군위 삼존석굴’에서 현재의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로 변경됐으며, 2023년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되면서 대구 유일의 국보가 됐다. 남향으로 뚫린 절벽 높이는 20m에 이르고, 동굴 입구는 직경 약 4m의 원형으로 설계됐다.

궁륭형 천장이 만든 신비로운 공간

중앙의 아미타여래, 좌우 자비의 관음보살, 지혜의 대세지보살
중앙의 아미타여래, 좌우 자비의 관음보살, 지혜의 대세지보살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석굴 내부는 평면이 방형이고 천장이 궁륭형으로 처리돼 있다. 높이는 4.25m이며, 천장 중앙이 가장 높고 사방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본존불로 유도한다. 중앙에는 본존 아미타불(2.18m), 왼쪽에는 관세음보살(1.92m), 오른쪽에는 대세지보살(1.8m)이 결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

삼존불은 모두 동일한 암석에서 조각됐으며, 법의의 섬세한 주름과 우아한 어깨선, 풍만한 얼굴 표현이 통일신라 초기 조각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삼존불상 외에도 석굴 경내에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대구광역시 유형문화유산)과 모전석탑(대구광역시 문화유산자료)이 보존돼 있다.

1991년 동쪽을 향해 건립된 비로전을 비롯해 산신각, 요사채, 선원 등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으며, 석굴 주변은 팔공산 원시림이 둘러싸고 있어 고요한 분위기가 감돈다. 석굴은 실내 구조여서 날씨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석굴 내부 직접 진입은 제한될 수 있다.

석굴암의 선례가 된 문화사적 가치

모전석탑
모전석탑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 석굴이 지닌 가장 큰 의미는 신라 석굴 건축의 초기 모델이라는 점이다. 석굴암은 인공적으로 돌을 쌓아 만든 석굴인 반면,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은 자연절벽에 존재하던 동굴을 활용해 본격적인 석굴사원을 조성한 사례다.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이행하는 시기의 조각 양식을 보여주며, 이후 석굴암 건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석굴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는 한밤마을이 자리한다. 부림 홍씨 집성촌인 이 마을은 총연장 4km의 돌담길로 유명하며, 1930년대부터 축조된 돌담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남천고택(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64호)을 비롯한 고택들이 팔공산 자락 고즈넉한 정취를 더하는 셈이다. 내륙의 제주도로 불리는 이 마을은 석굴 방문 후 연계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연중무휴 무료 개방, 대중교통 제한적

비로전
비로전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석굴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편리하다. 대중교통 이용 시 군위버스터미널에서 군위8번 버스를 타고 제2석굴암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도보 3분이면 도착하나, 군위8번은 하루 8회 운행되며 배차간격이 40분에서 1시간에 이른다.

급행버스(급행9번, 9-1번, 9-2번)는 하루 17회 정차하지만 석굴암을 경유하지 않으며, 대구 도심에서 직행하는 버스는 없어 자가용 이용이 편리하다.

석굴 내부는 겨울철에도 관람 가능하며, 실내 구조라 날씨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다만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석굴 내부 직접 진입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주변에는 팔공산 등산로가 이어져 있어 트레킹과 연계한 일정도 가능하다.

석굴로 가는 길
석굴로 가는 길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은 자연동굴과 신라 석공의 솜씨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석굴암보다 앞서 만들어진 이 석굴은 신라 석굴 건축의 원조로서 문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천년 넘게 이어진 신앙의 흔적이 절벽 속에 온전히 남아 있다.

팔공산 자락에서 신라의 기도를 마주하고 싶다면, 겨울에도 개방되는 이 석굴로 향해 천연동굴이 품은 숭고함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전체 댓글 1

  1. 가보지도 않고 기사 쓰나요. 계단 올라가기전에 출입금지 표지있습니다. 답답하네…

    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