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자마자 공기가 확 바뀌었어요”… 피톤치드 쏟아지는 대나무숲 2.5km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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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섬진강 대나무숲길
바람 따라 걷는 치유의 산책로

구례 대나무
섬진강 대나무숲 / 사진=ⓒ한국관광공사 배근한

바람이 불 때마다 수천 개의 잎이 부딪히며 내는 서걱이는 소리. 곧게 뻗은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잘게 부서져 쏟아지는 풍경. 전라남도 구례의 아침을 여는 구례 섬진강 대나무숲길은 그저 아름다운 산책로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탐욕에 파헤쳐진 강변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심었던 대나무들이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라나, 이제는 번잡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재생과 회복의 숲’이 되었다.

치유의 숲

대나무숲 전경
섬진강 대나무숲 / 사진=ⓒ한국관광공사 배근한

이 울창한 대숲의 시작이 ‘치료’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일제강점기 시절, 섬진강 모래밭에서는 사금을 채취하는 광산 시설이 운영되었다.

무분별한 채취 작업으로 강변은 속절없이 파헤쳐졌고, 땅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황폐해졌다. 그 상처 입은 땅을 복원하기 위해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강인한 생명력의 대나무였다. 황폐해진 부지와 유실된 토양을 붙잡기 위해 심기 시작한 대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지금의 장대한 숲을 이루게 된 것이다.

구례 섬진강 대숲
섬진강 대나무숲 / 사진=ⓒ한국관광공사 배근한

땅을 위한 치료로 시작된 숲은, 이제 사람을 위한 최고의 치유 공간이 되었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부터 다르다. 대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은 과학이 증명한 ‘숲의 처방전’이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걷다 보면, 바람에 대나무 잎 스치는 소리가 도시의 소음에 지친 귀를 부드럽게 씻어준다. 땅의 회복이 마음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기적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구례 섬진강 대나무숲길

구례 대나무숲
섬진강 대나무숲 / 사진=구례 여행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원방리 1 에 위치한 구례 섬진강 대나무숲길의 위대함은 그 너그러움에 있다. 약 2.5km에 이르는 핵심 산책 코스는 대부분 경사가 없는 평지로 조성되어,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부 구간에 마련된 ‘무장애(Barrier-Free) 데크길’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아무런 불편 없이 숲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자연의 위로가 특정인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아닌, 거동이 불편한 이들까지 포함한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 권리임을 말해주는 이 숲의 조용한 선언이다.

두 얼굴의 매력

섬진강 대나무숲
섬진강 대나무숲 / 사진=ⓒ한국관광공사 배근한

섬진강 대나무숲길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낮에는 대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명상적인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숲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 포인트에 설치된 대형 나무 그네다. 그네에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휴식이 된다.

해가 지면 숲은 또 다른 옷을 갈아입는다. 산책로를 따라 설치된 조명이 켜지면(일몰 후 ~ 22:00), 숲은 한낮의 청량함 대신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변신한다. 특히 보름달 조형물 포토존은 밤이 되면 더욱 빛을 발하며,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구례 여행의 시작점으로 이 숲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수달생태로 64 인근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30분의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자. 땅의 상처가 아물어 사람의 안식처가 된 이 위대한 숲에서, 당신의 마음에도 푸른 회복의 기운이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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