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4천 원, 밤엔 0원?”… 설경과 야경 둘 다 즐기는 600년 된 겨울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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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원
춘향전의 배경지였던 겨울 설경 명소

광한루원 연못
광한루원 연못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명희

12월의 남원은 겨울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선 채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요천변 고목들 사이로 찬 바람이 스며들고, 연못 위로 달나라 궁전을 뜻하는 광한루가 하얀 서리를 머금은 채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선비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정원으로 옮긴 이곳은 겨울이 되면 설경과 야경이 어우러져 더욱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과 삼신산을 구현한 섬들, 그리고 83개의 편액이 품은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겨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광한루원의 매력을 살펴봤다.

광한루원

광한루원 전경
광한루원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의 시작은 14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남원으로 유배된 황희 정승이 요천변에 작은 누각인 광통루를 지으면서부터다.

이 누각은 1444년 남원부사 민여공이 중수하고 삼도 순찰사 정인지가 경관에 반해 달나라 궁전을 뜻하는 광한루로 개칭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했다.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인 광한루는 높이 약 19m에 달하며, 1963년 보물 제281호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1877년 부사 이용준은 북쪽으로 기울어진 누각을 바로잡기 위해 월랑이라는 보조 건물을 설치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누각에 월랑을 가설한 최초 사례로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선의 낙원

완월정 설경
완월정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원의 진가는 1582년 전라도 관찰사 정철이 대대적으로 조성한 정원에 있다. 그는 요천 물을 끌어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파고, 그 위에 4개의 반월형 구멍이 있는 오작교를 놓아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담아냈다.

이 정원은 조선 선비들의 이상향을 투영한 철학적 공간이자, 인간이 신선이 되고픈 꿈을 표현한 건축적 걸작이다.

게다가 춘향전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 춘향사당과 월매집 등 문학적 의미를 담은 시설이 더해져 역사·문학·건축이 어우러진 독특한 명소로 자리잡았다. 2008년에는 정원 전체가 명승 제33호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얼어붙은 연못 위로 피어나는 설경

광한루원 겨울 풍경
광한루원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 광한루원의 백미는 눈 내린 후 펼쳐지는 설경이다. 얼어붙은 연못 위로 광한루와 완월정의 반영이 또렷하게 비치고, 오작교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이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정원을 감싸는 고목들은 서리를 머금은 채 수묵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발자국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고요함이 감돈다.

눈 내린 다음 날 방문하면 가장 완벽한 겨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야경이 빚어내는 또 다른 매력

광한루원 야경
광한루원 야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원은 해가 진 후에 무료로 개방되는데,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평가가 많다. 어둠이 내리면 광한루와 오작교, 완월정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면서 연못 위로 황금빛 반영이 일렁인다.

특히 달이 뜬 밤에는 실제 달과 조명이 함께 연못에 비치며 ‘달나라 궁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겨울 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조명에 비친 누각을 바라보고 있으면, 600년 전 선비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편이다.

광한루원 풍경
광한루원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원(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요천로 1447)은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다르게 적용된다.

하절기(4~10월)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료로 운영되며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무료로 개방되고, 동절기(11~3월)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료,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청소년과 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며 5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무료다.

주차비는 승용차 2,000원, 중대형버스 4,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므로 겨울철 눈 내린 후나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시간대를 골라 방문하면 더욱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광한루원 설경
광한루원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원은 조선 선비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정원으로 구현한 철학적 공간이자, 춘향전이라는 문학적 낭만을 품은 역사의 현장이다.

83개의 편액이 전하는 이야기와 은하수·삼신산으로 완성된 천상의 풍경은 겨울 설경과 야경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하는 셈이다.

얼어붙은 연못 위로 비치는 누각의 반영을 바라보며 옛 선비들의 풍류를 상상하고 싶다면, 눈 내린 겨울 한복판 또는 조명이 켜진 밤에 이곳으로 향해 600년 세월이 만든 특별한 여정을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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