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 예약 못했으면 여기 가자”… 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인 메타세쿼이아 단풍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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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천년숲정원
13개 테마정원에서 만나는 단풍

경북천년숲정원 메타세쿼이아 단풍
경북천년숲정원 메타세쿼이아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가을이 깊어지면 고도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팔레트가 된다. 불국사와 동궁과 월지의 단풍도 명성이 자자하지만, 최근 몇 년간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곳은 단연 이곳이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실개천 위 외나무다리와 수직으로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 하지만 이토록 완벽한 풍경이 사실은 수십 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연구소’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단순한 ‘인생샷’ 명소를 넘어, 신라의 역사를 품은 경주 남산 자락에서 경상북도가 공인한 첫 번째 지방정원으로 거듭난 그곳. 2023년 4월, 비로소 대중에게 활짝 열린 비밀의 숲, 경북천년숲정원의 숨겨진 가치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경북천년숲정원

경북천년숲정원 전경
경북천년숲정원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경북천년숲정원의 공식 주소는‘경상북도 경주시 통일로 366-4다. 이곳은 본래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의 부지였다.

산림환경연구원은 이름 그대로 산림 환경을 조사하고, 특히 병해충 방제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의 후계목을 증식하고 보존하는 등 중요한 학술 연구를 수행하던 기관이었다.

수십 년간 연구 목적으로 가꾸어 온 우수한 산림 자원이 대중에게 개방된 것은 2023년 4월 24일이다. 경상북도는 이곳을 33만㎡(약 10만 평) 규모로 새롭게 단장하여 2023년 4월 17일, ‘경상북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는 지자체가 조성하고 관리하는 지방정원으로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 사례로, 경북에서는 최초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현재 경상북도는 이곳을 순천만, 태화강에 이은 ‘국가정원’으로 등록하기 위해 2026년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13개의 테마, 외나무다리는 시작일 뿐

경북천년숲정원 외나무다리
경북천년숲정원 외나무다리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윤희선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과거 연구원의 유산이 13개의 다채로운 테마정원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방문객의 동선은 아스팔트 도로를 기준으로 동쪽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거울숲’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맑은 실개천 위로 길게 뻗은 외나무다리에 서면, 이름처럼 하늘과 숲이 물에 그대로 투영되어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가을 단풍 시즌에는 이 다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이 일상이 될 정도다.

경북천년숲정원
경북천년숲정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하지만 거울숲의 감동에서 벗어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경북천년숲정원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신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서라벌정원’은 구름폭포와 바닥분수, 그리고 정교하게 관리된 암석원이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는 분재원과 버들못정원, 무궁화원, 숲그늘정원 등 각기 다른 주제로 식재된 나무와 꽃들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단순히 ‘예쁘게’ 조성한 것을 넘어, 각 식물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하는 안내문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의 생태 교육 현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숲 해설 프로그램(사전 예약)을 이용하면 연구원의 역사와 정원의 가치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가을철 방문, 이것만은 알고 가자

경북천년숲정원 단풍 풍경
경북천년숲정원 단풍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이토록 매력적인 공간이 심지어 무료로 운영된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지만, 특정 시기에는 관람객이 많아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따른다. 입장료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전용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관람 시간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하절기(3월~10월)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1월~2월)는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늦어도 운영 종료 30분 전까지는 입장해야 한다. 정기 휴무일은 1월 1일, 그리고 설날과 추석 당일이다.

또한, 이곳은 소중한 산림 자원을 보존하는 ‘정원’이기에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절대 불가하며, 음식물 반입, 자전거 및 전동 킥보드 이용, 드론 촬영 역시 모두 금지된다.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예절이다.

경주 여행의 완벽한 마무리 코스

메타세쿼이아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윤희선

경북천년숲정원의 또 다른 장점은 뛰어난 접근성이다. 경주 시내의 핵심 유적지에서 불과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오후 늦게까지 정원을 산책한 뒤, 해 질 녘에 맞춰 ‘동궁과 월지'(안압지)의 야경을 감상하거나, 고즈넉한 ‘월정교’의 불빛을 배경으로 산책을 이어가기에 완벽한 동선이다. 선덕여왕릉 역시 지척에 있어 경주 남산권 여행을 계획할 때 중심축으로 삼기 좋다.

수십 년간 숲을 연구하던 공간에서 이제는 경북을 대표하는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난 경북천년숲정원. 이번 가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포토존이 아닌, 신라 천년의 역사와 숲의 생명력이 공존하는 특별한 정원에서 깊이 있는 휴식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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