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바닥 위를 걷는 짜릿한 경험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도심의 열기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히 바다로 향한다.
만약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는 것을 넘어, 푸른 물결 바로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경상북도 울진 후포항 뒤편에 자리한 등기산스카이워크는 단순한 전망 시설을 넘어, 아찔한 체험과 역사, 그리고 애틋한 전설까지 품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등기산스카이워크는 총길이 135m, 높이 20m의 해상 교량이다. 이 다리의 백미는 단연 57m에 달하는 강화유리 바닥 구간이다. 발을 내딛는 순간, 발아래로 투명하게 펼쳐지는 동해 바다의 모습은 허공에 발을 내딛는 듯한 아찔함과 동시에 바다와 하나가 되는 듯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맑은 날에는 넘실대는 파도와 유영하는 물고기 떼가 선명하게 보여 자연의 생동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스카이워크 중간 지점에는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후포갓바위’의 이야기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스카이워크의 끝에 다다르면 미소 띤 용의 형상을 한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와 그를 흠모한 당나라 여인 선묘 낭자의 애틋한 설화를 담고 있다.
의상대사가 유학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가려 하자, 선묘는 그의 뱃길을 지키는 용이 되겠다고 맹세하며 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후 용으로 변한 선묘가 험한 파도로부터 의상대사의 배를 안전하게 지켜주었다는 전설은, 오늘날 스카이워크 끝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조형물로 재탄생하여 여행에 깊이를 더한다.

스카이워크와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면 후포등기산 공원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세계 등대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야외 박물관과 같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를 시작으로, 1611년에 세워진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코르두앙 등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집트 ‘파로스 등대’의 모형이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등대 조형물들은 어두운 밤바다를 비추던 인류의 지혜와 역사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의 장이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훌륭한 울진 가볼만한 곳이다.

울진 등기산스카이워크는 발밑의 아찔함과 눈앞의 절경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을 넘어, 다리 곳곳에 녹아든 이야기로 방문객의 지적 호기심까지 충족시킨다.
천 년 전 설화의 감동과 인류 항해사의 이정표가 된 등대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이곳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복합 문화 체험 공간으로 격상시킨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경험이 무료라는 점은 매력을 배가시킨다. 등기산스카이워크 운영 시간은 하절기(3~10월)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성수기 6~8월은 6시 30분)까지이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비 부담이 없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시원한 활력과 지적인 충만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울진 등기산스카이워크는 올여름, 가장 합리적이고 만족도 높은 여름 여행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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