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인정했는데 무료라고?”… 수묵화 같은 설경 품은 한국 50대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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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정
눈 덮인 팔각 정자가 만드는 수묵화

경주 보문정 설경
경주 보문정 설경 / 사진=경주문화관광

12월의 경주는 화려한 관광 명소들 사이에서 고요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첨성대와 불국사로 대표되는 천년 고도의 웅장함과 달리, 보문관광단지 한편에 자리한 작은 정자 하나가 눈이 내리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공간이 있다.

2012년 CNN Travel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대 명소’에 이름을 올린 이곳은 봄의 벚꽃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사실 겨울이야말로 진짜 매력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이면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눈 내린 날 이곳이 선사하는 고요한 아름다움과 방문 정보를 상세히 들여다봤다.

경주 보문정

보문정 설경
보문정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상북도 경주시 신평동 150-1에 위치한 보문정은 두 개의 연못 사이에 놓인 팔각 정자로, 겨울이 되면 화려했던 봄·여름과는 전혀 다른 절제된 풍경을 보여준다. 눈이 내려 정자 지붕과 주변 나무를 하얗게 덮으면, 마치 수묵화 속 한 장면처럼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셈이다.

색감이 사라진 흑백의 세계 속에서 정자의 형태와 비율만이 또렷하게 부각되면서, 건축물 본연의 조형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특히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연못 수면이 거울처럼 변하면서 정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이 덕분에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흑백 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며, 눈 내린 직후 오전 시간대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설경까지 더해져 더욱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낸다.

잎이 모두 진 나무들은 오히려 시야를 명료하게 만들어주면서, 정자와 연못이라는 핵심 요소만 남겨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는 편이다. 대칭 구도로 찍힌 사진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이며, 실제로 많은 방문객이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한적한 겨울의 사색과 힐링의 공간

겨울 보문정 전경
겨울 보문정 전경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봄 벚꽃 시즌이나 여름 수련 피는 시기와 달리, 겨울의 보문정은 방문객이 적어 조용한 산책과 사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화려한 색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고요함과 단순미가 채워지면서, 오히려 공간 본연의 아름다움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관광 성수기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붐비지만, 겨울에는 정자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보문정 정자
보문정 정자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연못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면,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보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 동궁원이나 보문호반길 같은 다른 명소와 연계해 방문하기에도 좋다.

특히 해 질 무렵 정자에 비치는 석양빛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며, 밤에는 조명이 켜진 정자가 연못에 반사되는 모습도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야외 개방형 공간이라 겨울철에는 방한용품을 충분히 준비하는 게 필수다.

접근성까지 갖춘 명소

보문정 항공샷
보문정 항공샷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보문정은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24시간 상시 개방된다. 주차는 보문관광단지 제1주차장이나 농협경주교육원 남문 건너편 주차 공간을 이용하면 되는데, 후자가 보문정과 가장 가까운 편이다. 주차장에서 정자까지는 도보로 약 5분 정도 소요되며, 평탄한 길이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연못 주변 바닥이 얼어 미끄러울 수 있어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게 안전하다. 눈이 내린 직후나 눈이 녹지 않은 다음 날 오전에 방문하면 가장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바람이 없는 날에는 연못의 완벽한 반영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경주는 눈이 자주 오는 지역이 아니므로, 설경을 보려면 방문 전 기상 예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더라도 겨울 특유의 맑고 청명한 공기 속에서 바라보는 정자의 모습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다.

보문정 겨울 풍경
보문정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문정은 CNN이 인정한 세계적 명소이면서도, 겨울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눈 덮인 팔각 정자와 연못이 만드는 수묵화 같은 풍경은, 화려함 대신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셈이다.

봄의 벚꽃이나 여름의 수련도 아름답지만, 겨울 보문정만이 가진 고요하고 절제된 풍경은 다른 계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올겨울 경주를 찾는다면, 이곳으로 향해 하얀 눈 속에 고요히 서 있는 팔각 정자와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연못의 반영을 직접 마주해보길 권한다. 세계가 인정한 비경이 주는 평온함이,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쉬어가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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