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 평 꽃밭에 황금빛 물결이 펼쳐졌어요”… 무료로 즐기는 황화코스모스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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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황사 코스모스
석탑의 웅장함과 같이 즐기는 가을꽃 명소

경주 분황사 황화코스모스
경주 분황사 황화코스모스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임영미

가을이 경주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황홀한 것은 단연 황금빛 물결일 것이다. 첨성대 핑크뮬리나 대릉원의 고즈넉한 단풍을 떠올렸다면, 올해는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자.

그곳에는 입장권을 끊기도 전에 이미 여행의 절반을 만족시키는 압도적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신라의 숨결이 깃든 분황사 앞마당, 그곳에서 터져 나오는 3만㎡(9,075평) 규모의 황화코스모스 바다다.

분황사 코스모스

“입장료·주차비 무료인 황화코스모스 명소”

분황사 황화코스모스
분황사 황화코스모스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임영미

분황사는 경상북도 경주시 분황로 94-11에 자리한 사찰로, 그 자체만으로도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서 깊은 공간이다.

하지만 9월이 되면,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담장 밖에서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찰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끝없이 넘실대는 황화코스모스의 장관이다.

많은 이들이 ‘분황사 코스모스’라는 이름 때문에 사찰 경내의 유료 공간을 상상하지만, 이 황금빛 파도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황화코스모스
황화코스모스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구현주

햇살을 피할 그늘 한 점 없는 너른 들판이지만, 그 덕분에 코스모스는 저마다의 키를 뽐내며 하늘을 향해 짙은 주황빛과 노란빛을 토해낸다. 특히 해 질 녘,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을 받은 꽃밭은 그야말로 ‘황금빛 바다’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풍경을 연출한다.

주차무료이며 공간도 넉넉해 주말에도 큰 불편 없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담장 하나 사이 황홀함과 감동

분황사 백일홍
분황사 백일홍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구현주

황화코스모스에 취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연스레 분황사의 낮은 담장이 눈에 들어온다.

담장 안에는 대한민국 국보 제30호,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이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서 있다. 신라 선덕여왕 3년(634년)에 창건된 이 석탑은 현존하는 신라 시대 석탑 중 가장 오래된 보물이다.

흔한 화강암 탑이 아니다. 검은빛이 도는 안산암을 벽돌 모양으로 일일이 깎아 쌓아 올린 독특한 ‘모전석탑’ 양식을 보여준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분황사 모전석탑은 원래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진왜란 때 절반 이상이 파괴되어 현재는 3층까지만 그 위용을 간직하고 있다. 탑의 기단 네 모퉁이에는 힘의 상징인 사자상이, 1층 각 면의 감실(龕室) 양쪽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인왕상이 조각되어 있어 그 정교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머물며 『화엄경소』를 저술했던 지성의 산실이었으며,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사리를 봉안했던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꽃밭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묵직한 역사의 무게를 느끼는 것, 이것이 분황사가 제공하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다. 사찰 관람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천년의 길을 걷다

분황사 황화코스모스 모습
분황사 황화코스모스 모습 / 사진=경주시 공식 블로그 임영미

분황사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찰 바로 옆으로는 신라 최대의 국찰이었던 황룡사 터(사적 제6호)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낮에는 분황사 꽃밭에서 화려한 가을을, 해 질 녘에는 모전석탑 앞에서 역사의 경건함을, 그리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진 황룡사지 탐방로를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

경주 시내의 다른 유명 꽃 명소인 첨성대나 동궁과 월지가 화려하고 활기찬 분위기라면, 분황사는 보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가을을 선사한다.

천년의 이야기가 깃든 땅 위에서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생명의 향연을 만나고 싶다면 주저 없이 경주 분황사로 향해야 할 이유다. 입장료 없는 너그러움으로 여행자를 맞이하고, 이내 천년의 비밀을 속삭이는 이곳에서라면 누구든 잊지 못할 가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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