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릉원
신라 왕과 귀족들의 고분군

1월의 경주는 차갑고 청명한 겨울 공기로 가득하다. 그 도심 한가운데, 23기의 거대한 봉분들이 능선처럼 이어지며 1500년 전 신라의 숨결을 전한다.
대릉원은 38,000여 평 규모의 평지에 조성된 신라 시대 고분군이다. 세계 유일의 동굴법당이나 천마도 같은 국보급 유물이 이곳에서 출토되었으며, 댓잎 군사 전설까지 품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겨울 햇살 아래 고분의 기하학적 곡선이 가장 선명해지는 지금, 무료로 개방된 신라 왕족의 무덤을 소개한다.
경주 대릉원

경주 대릉원은 경주시 노동동과 황남동에 있는 신라 시대의 고분군을 말하며 노동동 고분군, 노서리 고분군, 황남동 고분군, 황오동 고분군, 인왕동 고분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만나는 천마총은 대릉원 내 유일하게 내부를 공개한 고분이다. 1973년 3월 21일 위령제를 시작으로 4월 6일 본격 발굴에 들어갔으며, 12월 4일까지 약 9개월간 3,451명의 인력이 투입되었다. 특히 지름 47m, 높이 12.7m 규모의 이 무덤에서 금관, 금제허리띠, 천마도 등 총 11,526점의 유물이 쏟아졌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천마도는 비상하는 말의 모습을 담아 신라인의 염원을 상징하는 셈이다.
황남대총이 전하는 부부 합장의 풍경

천마총에서 이어지는 산책로 끝에 황남대총이 자리한다. 한반도 최대 규모의 고분답게 남북 120m, 동서 80m, 높이는 남분 22m·북분 23m에 이르는 거대한 쌍분이다.
표주박 모양으로 이어진 두 개의 봉분은 신라 시대 부부 합장 문화를 대표하며, 남분에는 남자, 북분에는 여자가 안장되어 있다. 1973년 8월부터 1975년 10월까지 약 2년간 발굴이 진행되었고, 57,000여 점의 호화로운 유물이 출토되었다.
또한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미추왕릉은 신라 제13대 미추이사금(재위 262~284)의 능이다. 신라 최초 김씨 왕인 미추왕에게는 댓잎 군사 전설이 전해진다. 게다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댓잎처럼 많은 군사가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죽어서도 신라를 지키려는 왕의 집념을 담고 있다.
겨울 햇살로 드러나는 고분의 곡선

1월의 대릉원은 다른 계절과 확연히 구분되는 풍경을 선사한다. 낮은 잔디 사이로 고분의 기하학적 곡선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낮은 각도로 비치는 겨울 햇살은 봉분의 능선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특히 황남대총의 표주박 모양 쌍분은 그림자와 빛의 대비가 극대화되어 입체감이 살아난다. 반면 봄과 가을에는 무성한 잔디와 나뭇잎이 고분의 형태를 가려 이 같은 풍경을 보기 어렵다.
게다가 겨울 공기는 투명도가 높아 사진 촬영에도 최적이며, 관광객이 적어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대릉원(경상북도 경주시 황남동 31-1)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된다. 입장은 밤 9시 30분에 마감되지만 야간 조명이 켜져 고분의 실루엣을 감상하기 좋다.
2023년 5월 4일부터 대릉원 전체는 무료로 개방되었다. 한편 천마총 내부 관람만 유료이며, 성인 3,000원·청소년 2,000원·어린이 1,000원의 입장료가 필요하다.
주차는 대릉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되고, 소형차 기준 2시간 2,000원, 초과 시 1시간마다 1,000원이 든다. 경주역에서 택시로 5~10분 거리다.

대릉원은 천년의 전설과 세계 기록을 동시에 품은 독특한 공간이다.
겨울 햇살이 만드는 고분의 곡선, 천마도가 남긴 신라인의 염원, 댓잎 군사 전설이 여행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셈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분의 고요함 속에서 잠시 마음을 비우고 싶다면, 1월의 청명한 공기가 남아 있는 지금 이곳으로 향해 신라가 남긴 특별한 여정을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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