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정원을 품은 신비로운 경주 동궁원

천년고도 경주 여행이라 하면 으레 드넓은 고분이나 고즈넉한 사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첨성대와 불국사를 둘러본 뒤,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신라의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곳, 사계절 내내 푸르름이 가득한 실내 정원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신비로운 유리온실 속에서 신라 왕족의 풍류를 상상하며 특별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경주 동궁원

경주동궁원은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74-14 (북군동)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탄생 배경은 1,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 문무왕 14년(서기 674년) 조에는 “궁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花草)를 심고, 진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珍禽奇獸)을 길렀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신라의 별궁인 동궁(東宮)에 속한 정원, 즉 오늘날 ‘동궁과 월지’라 불리는 곳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동식물원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경주동궁원은 바로 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신라의 찬란했던 문화를 현대에 재현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탄생한 공간이다.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된 ‘동궁원’이라는 이름 자체에 그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총면적 64,830㎡에 달하는 부지 위에 세워진 이곳의 핵심은 단연 동궁식물원이다. 신라시대의 전통 한옥 구조를 본뜬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식물원은 본관(1관)과 2관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입장 마감 오후 6시)이니 방문 계획에 참고하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으로, 이 비용만으로도 천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신라의 정취와 열대우림의 만남

식물원 1관에 들어서는 순간, 후덥지근하면서도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이곳은 야자원, 관엽원, 화목원, 수생원, 열대과원의 다섯 가지 테마 아래 400여 종, 5,500여 본의 식물이 거대한 열대우림을 이루고 있다.
단순히 식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 곳곳에 신라의 정취를 불어넣은 점이 인상적이다.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배 모형, 신라 고분 벽화 속 천마도상, 옛 우물인 재매정(財買井) 등을 재현한 조형물들이 이국적인 식물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7m 높이에 설치된 ‘고가 관람로’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야자수 잎이 눈앞에 스치고, 발아래로는 이름 모를 열대 식물들이 빽빽하게 자라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방문객들은 “마치 정글 위를 걷는 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이라며 특별한 경험에 찬사를 보낸다. 관람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동굴 폭포의 시원한 물소리도 들려와 오감을 만족시킨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16곳에 마련된 스탬프 랠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치유와 회복의 공간

1관이 신라의 역사와 자연의 야생성을 담았다면, 2016년 개관한 2관은 ‘치유와 회복’이라는 현대적 가치에 집중한다. 이곳에는 그라비올라, 모링가, 핑거루트처럼 인간의 삶에 이로운 힐링 식물과 형형색색의 화초 100여 종, 6,500여 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1관과는 사뭇 다른, 잘 가꾸어진 현대식 정원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특히 2관에서는 경주동궁원이 자랑하는 귀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무려 3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보리수나무의 기품 있는 자태와 한 나무에서 세 가지 색의 꽃이 피어나는 신비로운 ‘삼색부겐빌레아’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또한, 250년 된 붉은 원종고무나무는 붉은빛의 어린 새순을 틔우며 강인한 생명력을 뽐낸다. 이처럼 2관은 화려한 색감과 향기로운 꽃내음 속에서 잠시나마 일상의 시름을 잊고 평온을 얻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체험과 학습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

경주동궁원의 매력은 식물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살아있는 곤충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곤충생태전시관, 말린 꽃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압화 체험장 등 다채로운 체험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다. 여름철에는 블루베리나 체리 따기 체험도 가능해 계절의 생동감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또한, 동궁원 부지 내에는 별도로 운영되는 민간 시설인 경주버드파크가 위치한다. 이곳은 새장 안으로 직접 들어가 앵무새를 어깨에 올려보고 교감할 수 있는 체험형 화조원으로, 식물원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주버드파크는 별도의 입장료(성인 20,000원)가 필요하며, 동궁식물원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권을 구매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하자.
경주는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도시가 아니다. 경주동궁원은 신라의 위대한 유산에 창의적인 상상력을 더해,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유적지 관광을 넘어 색다른 체험과 힐링을 원한다면, 이번 주말에는 역사의 향기와 자연의 숨결이 공존하는 경주동궁원으로 떠나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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