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경북천년숲정원,
가을을 걷는 33만㎡ 생태정원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 마음속에는 어김없이 천년고도 경주가 떠오른다. 황금빛으로 물든 대릉원의 고분 능선, 불국사를 채운 오색 단풍, 통일전으로 향하는 압도적인 은행나무길. 모두가 사랑하는 경주의 익숙하고도 아름다운 가을의 상징이다.

하지만 만약 이 가을, 남들이 다 아는 코스에서 벗어나 아직 소수의 여행자만이 발견한 비밀스러운 가을의 성지를 찾고 있다면, 바로 이곳을 주목해야 한다.

2023년 11월, 무려 반세기 동안 전문가들의 연구를 위해 굳게 닫혀 있던 비경의 숲이 경북천년숲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마침내 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경이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전혀 없다.

“반세기 봉인 해제, 연구의 숲이 국민의 정원이 되다”

경북천년숲정원의 공식 주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통일로 366-4이다. 이곳의 역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부터 이곳은 경북 지역의 산림자원을 보존하고, 희귀·특산 식물의 후계목을 증식하며, 소나무재선충병 같은 병해충 방제 기술을 연구하던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의 심장부였다.

수십 년간 축적된 이 공간의 생태적, 학술적 가치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 결과, 경상북도가 지정한 제1호 지방정원이자 전국에서는 5번째 지방정원으로 화려하게 변신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는 단순한 공원 개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축구장 약 46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33ha(약 10만 평)의 광활한 대지 위, 무려 910종 54만여 그루에 달하는 나무와 화초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야외 생태 박물관’이 탄생한 것이다.

2023년 11월 16일 정식 개원했으니, 이제 막 두 번째 가을을 맞이하는 따끈따끈한 신상 명소다. 반세기 동안 응축된 자연의 힘과 연구자들의 땀방울이 빚어낸 깊이를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가을의 교향곡, 메타세쿼이아길과 거울숲

이곳의 가을은 특정 나무 한두 그루가 연출하는 독주가 아니다. 숲 전체가 거대한 팔레트가 되어 너도밤나무, 단풍나무, 칠엽수 등 수백 종의 나무가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색으로 물들며 빚어내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가을의 교향곡’을 들려준다.

그중에서도 방문객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는 하이라이트 구간은 단연 메타세쿼이아 숲길과 외나무다리가 있는 ‘거울숲’이다. 정원 입구를 지나 숲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메타세쿼이아들이 길게 도열해 방문객을 맞는다.

이 길의 끝에서 마주하는 ‘거울숲’ 습지원은 경북천년숲정원의 상징적인 포토존이다. 맑은 실개천 위로 아슬아슬하게 놓인 외나무다리에 서면, 울창한 숲과 파란 가을 하늘, 그리고 그 위에 선 자신의 모습이 물 위에 그대로 투영되어 데칼코마니 같은 완벽한 반영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방문 전 알아야 할 완벽 실용 정보

이토록 방대하고 의미 있는 정원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검증된 최신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주차 공간도 넓게 확보되어 있으나 단풍 절정기 주말에는 가급적 오전에 방문해야 여유롭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마지막 입장이 폐장 1시간 전에 마감된다는 것이다. 1월 1일과 설, 추석 당일은 공식 휴무일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뻔한 경주 여행 코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동을 찾고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50년의 시간이 응축된 살아있는 자연 속에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깊고 다채로운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