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 대부분의 발길이 불국사와 고분군을 향할 때, 동쪽 끝 바다는 반세기 동안 거대한 비밀을 품고 있었다.
날카로운 군사 철책에 가로막혀 지도에도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해안선. 2012년, 마침내 빗장이 풀리자 그곳에선 마치 흑룡이 승천한 듯한 검고 육중한 바위 기둥들이 세상을 향해 포효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536호 ‘경주 양남 주상절리’다.

이 태고의 비경을 따라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1.7km의 해안길이 ‘파도소리길’이다.
이름처럼, 쉼 없이 밀려와 검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는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살아있는 지질 박물관이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체험하는 현장이다.
파도소리길의 매력은 잘 정비된 데크와 편안한 보행 환경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여행의 진짜 목적은 발밑과 눈앞에 펼쳐지는 주상절리 군(群)에 있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이나 공기와 만나 급격히 식으며 수축할 때 생기는 돌기둥을 말한다. 보통 수직으로 솟은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양남 주상절리는 그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다.
이곳에서는 곧게 서 있는 주상절리는 물론, 마치 거대한 장작더미처럼 누워있는 와상(臥狀) 주상절리, 비스듬히 기울어진 경사 주상절리 등 다양한 형태의 ‘바위 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다.
이는 용암이 흐르던 방향과 식어가는 환경이 빚어낸 자연의 오묘한 조각품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다.

파도소리길을 걷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길의 하이라이트인 ‘부채꼴 주상절리’로 향한다. 마치 거대한 부채를 활짝 펼친 듯, 혹은 동해를 향해 피어나는 검은 꽃송이 같은 이 주상절리는 이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결정적 이유다.
뜨거운 용암이 한 지점에서 흘러나와 사방으로 식으면서 만들어진 이 희귀한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워, 국내를 넘어 세계 지질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웅장하게 펼쳐진 부채꼴 주상절리 앞에 서면, 위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경이로운 풍경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망하고 싶다면 ‘경주 양남주상절리 전망대’를 놓쳐서는 안 된다.
파도소리길 위에 우뚝 솟은 이 4층 규모의 전망대에 오르면, 발아래로 펼쳐진 주상절리 해안의 다채로운 모습과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푸른 파노라마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망대 내에는 주상절리의 형성 과정과 국가지질공원의 가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홍보관과 미디어아트 시설도 갖춰져 있어 교육적 가치도 높다. 전망대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므로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주 여행이 신라의 유적을 따라가는 시간 여행이라면, 양남 주상절리와 파도소리길은 태초의 지구가 빚어낸 거대한 예술품을 감상하는 공간 여행에 가깝다.
무심한 파도 소리에 근심을 씻어내고, 수천만 년의 시간이 조각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주하고 싶다면, 경주의 동쪽 끝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곳에는 신라의 금관과는 또 다른 무게감으로 빛나는 동해의 검은 보석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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