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힐링 언덕으로 떠오른 명소

고즈넉한 풍경 사이로 현대 기술의 상징인 거대한 풍력 터빈이 천천히 날개를 돌리고 있다. 고대 유적의 도시라는 익숙한 이미지 너머,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에너지의 흐름과 자연의 서정이 만나는 새로운 이정표가 그곳에 세워졌다.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경주의 풍력발전소는 단순한 에너지 시설을 넘어, 붉게 물든 노을과 밤하늘의 은하수를 품은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친환경과 치유, 그리고 조용한 감동이 깃든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이곳은 본래 친환경 청정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건설된 상업용 풍력발전단지다. ‘한국동서발전’과 동국 S&C가 토함산의 이웃인 조항산 정상부에 세운 이곳에는, 총 7기의 풍력발전기가 쉼 없이 바람의 힘을 빌려 전기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약 4만 MWh로, 1만여 가구가 사용 가능한 규모다. 하지만 이 산업 시설은 본연의 임무를 넘어, 능선을 따라 선 거대한 구조물 자체가 빚어내는 비일상적 풍경 덕에 ‘바람의 언덕’이라는 별칭을 얻고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산 정상까지 잘 닦인 도로는 경주의 또 다른 명소인 불국사에서 출발해 약 15분이면 닿을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길의 끝에서 방문객을 맞는 것은 발전소 전경을 한눈에 담는 전망대 ‘경풍루(慶風樓)’와 시원하게 트인 하늘이다.
산업 시설이 어떻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시민을 위한 휴식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바람의 언덕’이 선사하는 경험의 백미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낮 동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힘차게 돌던 발전기의 새하얀 날개는, 저녁노을이 번지기 시작하면 붉고 장엄한 실루엣으로 변모한다.
특히 전망대 경풍루에 서서 바라보는 일몰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거대한 구조물이 자연의 빛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장면은 방문객에게 특별한 감동을 안긴다.

밤이 찾아오면 이곳의 매력은 또 다른 차원으로 확장된다. 도심의 빛 공해가 적은 산 정상에서는 이름 그대로 쏟아질 듯한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인공적인 조명을 최소화한 덕분에, 방문객들은 온전히 자연의 빛에 집중하며 고요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로 완만하게 조성된 ‘토함산 수목 경관숲’ 산책로나 곳곳에 마련된 피크닉 테이블은 이러한 여유를 즐기기에 최적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경주 시민과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경주 드라이브 코스로도 자리 잡았다.

이곳의 운영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무료로 개방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 방문객들은 바람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즐기거나, 준비해온 간단한 다과와 함께 풍경을 감상하며 바쁜 일상을 잠시 잊는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연과 기술이 충돌하지 않고 어떻게 서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현장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경주 풍력발전소는 단순한 에너지 생산 기지를 넘어, 경주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천년 고도의 역사 위에 세워진 이 현대적 랜드마크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불국로 1056-185에 위치한 이곳은, 토함산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목적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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