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세계 최고 모범’으로 뽑았다”… 국보·보물 17점 품은 600년 양반 마을

경주 양동마을, 설창산 기슭 물자 형태 지형 위에 펼쳐진 배산임수 전통 마을

경주 양동마을 모습
경주 양동마을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겨울 햇살이 낮게 기운 오후,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기와지붕 너머로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토담길을 걷다 보면 600여 년 전 조선시대 양반들이 거닐던 그 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설창산 능선 아래 물(勿)자 형태로 자리 잡은 이곳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이 살아가는 현재진행형 마을이다.

한옥 지붕 사이로 겨울바람이 스치는 이 마을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빛깔이 펼쳐진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2013년에는 ‘세계 최고의 모범 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마을의 매력을 살펴보자.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빚어낸 600년 역사

초가집과 기와집의 배치
초가집과 기와집의 배치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경주 양동마을(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134)은 형산강과 안강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설창산 기슭에 자리한다.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양반 문중이 600여 년 동안 협력하며 형성한 이 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씨족마을로 꼽힌다.

손소(1433~1484) 선생과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 같은 조선시대 대표 성리학자를 배출한 학문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마을은 물(勿)자 형태의 산등성이 네 갈래를 따라 형성되어 있으며, 높은 곳에는 양반 가옥이, 낮은 곳에는 서민 주거지가 배치되어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1984년 12월 24일 국가민속문화재 제189호로 지정된 후 2010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국보·보물 17점이 모인 문화재 보고

경주 양동마을 서백당
경주 양동마을 서백당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마을 전체 면적 969,115㎡(약 29만 3,700평)에는 200년 이상 된 기와집 54채와 초가 110여 채가 자리한다. 국보 1점인 ‘통감속편’을 비롯해 보물 4점, 중요민속자료 12점이 집적되어 있어 마을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 박물관이다.

서백당은 손소 선생의 종가로 조선 중기 사대부 가옥의 전형을 보여주며, 향단은 이언적 선생의 종가로 마을 내 규모와 배치를 대표하는 고택이다.

무첨당과 관가정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로 학문과 풍류 공간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배산임수 원칙에 따라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입지 구조는 풍수 사상과 조선시대 건축 철학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과거 급제자 116명(문과 31명 포함)을 배출한 기록은 마을의 학문적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증명한다.

능선길 산책과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

경주 양동마을 겨울 풍경
경주 양동마을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마을 위쪽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기와집과 초가집이 조화를 이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토담길 사이로 이어지는 골목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봄에는 매화가 흐드러지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마을을 감싸며, 가을에는 단풍이 기와지붕 사이로 물들고, 겨울에는 고요함 속에서 마을의 뼈대를 차분히 관찰할 수 있다.

양동마을 문화관(무료 입장, 월요일 휴관)에서는 마을 유래와 고택 사진, 설명서를 제공해 사전 학습이 가능하다. 현재도 운영 중인 양동초등학교는 한옥 건물로 지어져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며 인증샷 명소로 인기가 높다. 마을 곳곳에서는 유교 전통문화와 가정의례를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연중무휴 개방, 입장료 4천원에 무료 해설까지

경주 양동마을 송첨종택 내부 모습
경주 양동마을 송첨종택 내부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마을은 하절기(4월~9월) 09:00~19:00, 동절기(10월~3월) 09:00~18:00 운영되며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매표 마감: 운영 종료 1시간 전) 경주시민과 65세 이상, 7세 이하,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무료이며, 포항·영덕·울진·울릉 주민은 50% 할인을 받는다.

경주역에서 시내버스(200, 201~208, 212, 217번)를 이용하면 40분 소요되며, 자가용으로는 25~30분 거리다. 마을 입구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관람 소요시간은 빠르면 1시간 30분, 여유 있게 둘러보면 2~3시간이 적당하다.

안내관 해설은 무료이며 시간제로 운영되어 예약 없이 현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마을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주인 허락 없이 가옥 내부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며, 사생활 배려 차원에서 촬영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문의는 054-762-2630 또는 070-7098-3569로 가능하다.

경주 양동마을
경주 양동마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경주 양동마을은 600여 년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조선시대 양반 문화를 온전히 보존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 사람이 살아가는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국보와 보물이 집적된 문화재 보고이자, 성리학 전통이 뿌리내린 학문의 땅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물드는 토담길을 걷고 싶다면, 겨울 고요함 속에서 조선시대 공간 배치를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해 600년 시간을 직접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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