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보다 더 멋지던데요?”… 입장료 없이 걷는 1.7km 주상절리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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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파도소리길
누구나 편안하게 걷는 지질 트레킹

경주 파도소리
부채꼴 주상절리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 천년 역사의 숨결이 깃든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를 떠올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때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대자연의 비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수십 년간 굳게 닫혔던 군사 지역의 철책이 걷히자, 그 안에서 수천만 년의 시간을 간직한 지질학의 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한 돌기둥이 아니다. 마치 거인이 펼쳐놓은 부채 같고, 장작을 쌓아 올린 듯 드러누운 경이로운 풍경. 동해의 푸른 파도가 어루만지는 이곳은 바로 경주가 숨겨둔 보물, 양남 주상절리군이다.

경주 파도소리길

경주 파도소리길 전경
파도소리길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405-5 일원,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약 1.7km에 걸쳐 해안선을 따라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2009년까지만 해도 민간인의 발길이 허락되지 않던 군사경계구역이었다. 오랜 세월 동해의 파도 소리만이 감상할 수 있었던 비밀의 정원은 군부대가 철수하며 비로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 가치를 알아본 문화재청은 2012년 9월 25일, 이곳을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했다.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한곳에 밀집 분포하여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고, 동해안의 지질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는 것이 공식 지정 사유다.

경주 파도소리길
부채꼴 주상절리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주상절리(柱狀節理)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수축하고 갈라져 생기는 다각형의 돌기둥을 말한다. 흔히 제주도에서 보던 수직으로 솟은 형태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 양남 주상절리는 그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부채꼴 주상절리를 비롯해, 마치 장작더미처럼 누워있는 와상(臥狀) 주상절리, 비스듬히 기울어진 경사 주상절리까지, 그야말로 ‘주상절리 박물관’이라 불릴 만한 다채로움을 자랑한다.

특히 압권인 부채꼴 주상절리는 특정 지점에서 방사형으로 용암이 냉각되며 형성된 희귀 지질 구조로,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예술 작품 앞에 서면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파도소리길 트레킹

파도소리전망대
파도소리길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이 경이로운 지질 경관을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이 바로 파도소리길이다. 읍천항에서 시작해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1.7km의 해안 산책로는 데크와 흙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입장료나 주차료가 없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성인 기준 입장료 2,000원)와 비교되는 큰 장점이다.

산책의 중심에는 3층 높이의 주상절리 전망대가 자리한다. 놀랍게도 이 전망대 역시 무료로 개방되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으며, 전망대 정상에서는 파도소리길의 전경과 동해의 푸른 수평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자연이 쓴 지질학 교과서

부채꼴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파도소리길을 걷다 보면 검은 현무암과 몽돌 해변이 번갈아 나타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길 중간중간에는 출렁다리와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진 읍천항 어촌마을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신생대 제3기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돌기둥들은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지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 여행에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잠시 방향을 틀어 동해안으로 향해보자. 수천만 년의 시간이 조각하고 파도가 다듬어낸 대자연의 걸작,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이자, 우리가 왜 자연을 보존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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