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강릉 여행이라 하면 대부분 푸른 동해와 경포호의 낭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강릉 제일의 명소인 경포호와 오죽헌 사이, 수많은 여행객이 무심코 지나치는 곳에 아주 특별한 비밀의 정원이 숨겨져 있다.
그 이름은 ‘경포생태저류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본래 목적은 집중 호우 시 경포천의 범람을 막아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를 지키는 듬직한 기능 뒤에, 이곳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반전 매력을 품고 있다. 수해 방지를 위해 조성된 공간이 어떻게 강릉의 새로운 힐링 명소로 거듭났을까. 많은 이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저류지의 진짜 얼굴을 만나본다.

경포생태저류지는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시민과 여행객을 위한 쉼터로 완벽하게 재탄생한 공간이다. 물을 가두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는 평상시에는, 넓은 부지를 활용해 ‘꽃향기 낭만길’을 조성하여 방문객을 맞이한다.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이면 드넓은 코스모스 밭이 펼쳐져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또한 이곳은 백로, 청둥오리, 두루미 등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는 도심 속 생태 보고이기도 하다.
잘 포장된 산책로와 흙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길게 뻗은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기에도 좋다. 기능적인 목적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토록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경포생태저류지가 최근 입소문을 타게 된 데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장식하는 ‘인생샷’ 명소들의 역할이 크다. 그 중심에는 저류지를 가로지르는 ‘메타세콰이어길’이 있다.
아직은 앳된 나무들이지만, 주변의 너른 들판과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사진 촬영 장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진짜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선명한 ‘하트 모양’을 띤 연못이다.
드론이나 높은 곳에서만 그 형태를 온전히 확인할 수 있는 이 하트 연못은, 저류지가 품고 있는 의외의 낭만을 상징하며 방문객에게 소소한 발견의 재미를 선사한다.
저류지의 가장 큰 장점은 강릉의 핵심 관광지들을 잇는 허브 역할이다. 자전거를 대여해 경포호수에서 출발, 호젓한 저류지를 거쳐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면 어느새 오죽헌과 선교장 입구에 닿는다.

이처럼 저류지를 중심으로 엮어내는 반나절 코스는, 강릉의 자연과 역사를 한 번에 경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모든 길이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의 접근도 용이하다.
바쁜 여행 일정에 지쳤다면, 이곳에 들러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된다. 강릉의 수많은 가볼만한곳 중에서도 가장 편안한 쉼을 제공하는 곳이다.

경포생태저류지는 도시를 재해로부터 지키는 본연의 임무와, 사람들에게는 쉼과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공원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현명한 공간이다.
북적이는 해변의 활기참도 좋지만, 때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이런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더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올여름, 강릉에서 고요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찾아보자. 그리고 만약 코스모스가 만개하는 계절에 다시 강릉을 찾는다면, 이곳은 최고의 가을 여행지가 되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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