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1km 내내 수국·메타세쿼이아 이어져요”… 강이 빚어낸 1만 7000평 생태 정원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이 빚어낸 하동의 배후습지가 계절마다 다채로운 꽃과 멸종위기종의 생태계를 품은 공공정원으로 새롭게 거듭납니다.

동정호생태공원 수국
동정호생태공원 수국 / 사진=웰촌

핵심 요약

  • 경남 하동 동정호생태공원은 섬진강 배후습지이자 경남 제3호 지방정원으로 지정된 5만6000㎡ 규모의 생태 호수입니다.
  •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어 하동공용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로 약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이나 노을이 지는 해 질 녘에 편한 신발을 착용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름 물안개가 수면 위에 낮게 깔리는 이른 아침, 메타세쿼이아 그림자가 호수 위로 길게 늘어지는 시간이 있다. 경남 하동 악양면 평사리 들판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섬진강이 수백 년에 걸쳐 범람을 반복하면서 저절로 빚어낸 배후습지, 동정호가 바로 그곳이다.

이 호수는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수계를 생태적으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금개구리와 남생이가 서식하고, 매년 2월 말이면 인근 산에서 내려온 두꺼비 떼가 집단 산란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된다.

2026년 5월 초순에는 거창창포원,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 이어 경남 제3호 지방정원으로 공식 등록되며 그 가치를 제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섬진강이 빚은 배후습지, 동정호의 탄생

하동 동정호생태공원 전경
하동 동정호생태공원 전경 / 사진=하동군 문화관광

동정호(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305-2)는 섬진강이 범람을 거듭하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배후습지형 생태 호수다. ‘동정호’라는 이름은 서기 660년 나당연합군의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이곳 풍광이 중국 후난성 둥팅호와 닮았다 하여 붙였다는 설이 전해진다.

생태 보전·복원 사업을 거쳐 현재 생태 호수 면적은 약 5만6000㎡에 이르며, 경관과 생태 기능 모두를 갖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방정원 지정 기준인 면적 10만㎡ 이상, 녹지 비율 40% 이상을 충족한 동정호는 이제 공식적인 공공정원으로 관리된다.

출렁다리·황포돛배·핑크뮬리, 계절마다 다른 얼굴

동정호생태공원 출렁다리
동정호생태공원 출렁다리 / 사진=웰촌

호수 둘레를 따라 약 1km 산책로가 이어지며,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그늘을 드리우는 이 길에서 평사리 들판과 고소산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포토존도 풍성한데, 하트 모양 출렁다리와 ‘천국의 계단’,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나룻배와 황포돛배 모형, 전통 양식의 악양루가 저마다 다른 배경이 된다. 계절마다 풍경도 바뀐다.

봄 벚꽃이 지면 6-8월 유럽 수국이 수국길을 가득 채우고, 가을에는 핑크뮬리 섬이 분홍빛 물결을 이루며 억새와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린다. 청둥오리와 붕어가 공존하는 수면 위로 계절 색이 겹쳐지며 매번 다른 동정호를 보여준다.

문학 기행과 생태 체험이 한 길에서 만나는 곳

동정호생태공원 풍경
동정호생태공원 풍경 / 사진=하동군 문화관광

동정호를 품은 평사리 들판과 악양 일대는 소설 『토지』의 주요 배경지다. 최참판댁을 둘러본 뒤 동정호를 걸으면 문학과 자연이 겹치는 특별한 여정이 된다.

지방정원으로 조성된 구역에는 전통·문화정원, ‘토지와 꽃’ 정원, 왕버들숲정원, 녹차정원, 습지정원 등 여러 테마 공간이 마련돼 있어 산책 동선이 다채롭다.

하동군은 기존 습지 환경을 보존하면서 탐방로와 휴식 공간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자연 체험 프로그램도 확충할 계획이다.

입장 무료·연중무휴, 접근과 이용 안내

동정호생태공원 황포돛배
동정호생태공원 황포돛배 / 사진=웰촌

동정호생태공원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가 없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내비게이션에 ‘동정호’ 또는 ‘악양 생태공원’을 입력하면 되고, 공원 입구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하동공용버스터미널에서 악양행 농어촌버스를 타고 약 20분 이동한 뒤 평사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햇살이 강한 한낮보다 오전이나 해 질 녘에 방문하면 노을이 호수 수면에 번지는 풍경을 즐기기 좋으며, 둘레길 한 바퀴 도는 데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되므로 편한 신발과 돗자리를 챙기면 여유가 생긴다. 관련 문의는 하동군청 관광진흥과(055-880-2651)로 하면 된다.

하동 동정호생태공원
하동 동정호생태공원 / 사진=하동군 문화관광

경남 제3호 지방정원이 된 동정호는 단순한 호수 공원이 아니다. 강이 스스로 만든 땅, 멸종위기종이 뿌리내린 습지, 소설의 무대가 된 들판이 한 공간에 포개진 곳으로, 여행지로서의 깊이가 남다르다.

여름 수국이 절정에 이르는 지금, 또는 핑크뮬리가 피어오를 초가을, 동정호는 한 번의 방문으로 두 계절을 기억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