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목포구등대 해안도로
차창 밖이 온통 예술인 낙조 드라이브

자동차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길’은 목적지만큼이나 중요하다. 때로는 목적지보다 과정이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길을 달려봤지만, 전라남도 해남의 서쪽 끝에서 만난 해남 목포구등대 해안도로만큼 심장을 뛰게 한 곳은 없었다.
뻥 뚫린 직선도로가 주는 쾌감과는 차원이 다른, 다도해의 풍경을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달리는 듯한 황홀한 경험. 그 길의 끝에서 마주한 붉은 낙조는, 이곳을 왜 ‘인생 드라이브 코스’라 부를 수밖에 없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해남 목포구등대 해안도로

해남 목포구등대 해안도로 드라이브의 모든 것은 지방도 804호선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시작된다. 해남 화원반도의 허리를 감싸고도는 이 길은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 산8-36에 위치하며, 목포 구등대~양화간 해안도로 코스다.
오른쪽 어깨너머로는 잔잔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크고 작은 섬들이 수묵화처럼 떠 있다. 동해안의 웅장한 해안도로가 거친 파도와 함께 직선으로 내달리는 남성적인 매력을 가졌다면, 이곳은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섬과 항구를 부드럽게 보듬으며 달리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길이 펼쳐진다.

운전의 재미는 바로 이 곡선 구간에 있다. 핸들을 돌릴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80도 시야가 탁 트여 있어 답답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도로 곳곳에 잠시 차를 세울 수 있는 전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감동이 밀려올 때면 언제든 멈춰서서 그 풍경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가을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그 자체로 완벽한 여행이 된다.
길 위에서 발견한 하얀 등대의 초대

한참을 넋을 놓고 달리다 보면, 저 멀리 하얀 등대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이 드라이브의 심장과도 같은 목적지, 구 목포구 등대다.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 439에 위치한 이곳은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숨은 보석이다. 차에서 내려 잠시 걷는 그 순간, 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묘한 설렘에 빠져든다.

1908년, 대한제국 시절에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목포항으로 들어서는 좁은 물길을 지키던 역사적 건축물이다. 국가등록문화재 제379호로 지정된 등대의 고풍스러운 모습은 방금 전까지 달리던 세련된 해안도로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등대 옆 전망대에 서서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바라보는 시간은, 이 드라이브가 선사하는 가장 특별한 쉼표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으며,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작은 항로표지체험관도 둘러볼 수 있다.
드라이브의 클라이맥스

구 목포구 등대를 기점으로 화원해안도로의 진짜 매력이 폭발한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세상의 모든 붉은색을 풀어놓은 듯한 장엄한 낙조가 시작된다.
하얀 등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차를 한적한 곳에 세우고, 차창을 내려 스며드는 바다 내음과 함께 이 광경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상념이 사라진다.
최고의 낙조를 경험하고 싶다면, 해가 지기 최소 1시간 전에는 등대 인근에 도착해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등대에서 양화마을 방향으로 조금 더 달리다 보면 나오는 해안도로 전망대는 이 길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포토 스팟이다.
붉은 노을이 등대와 바다, 그리고 내 차 위로 쏟아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놓치지 말자. 돌아오는 길, 룸미러로 점점 작아지는 등대를 보며 다짐하게 될 것이다. 이 길은 분명, 다시 달려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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