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을 지켜온 황금빛 가을”… 입장료 없이 즐기는 전통 은행나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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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향교
400년 은행나무가 지킨 가을의 서원

함안향교 은행나무
함안향교 은행나무 / 사진=함안 공식블로그 전수현

가을이 깊어지면 대한민국은 온통 금빛으로 물들지만, 모든 황금이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경상남도 함안의 한적한 마을에는 400년의 세월이 빚어낸, 세상에서 가장 폭신하고 눈부신 황금 양탄자가 깔린다.

단순한 ‘인생 사진’ 명소를 넘어,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시간 여행자가 되는 곳. 바로 조선시대의 배움터, 함안향교의 이야기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단 2주간 펼쳐지는 마법 같은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이 글을 끝까지 주목해야 한다.

“가을 출입문은 따로 있다? 방문 전 알아야 할 필수 정보”

함안 은행나무 명소
함안 은행나무 명소 / 사진=함안 공식블로그 전수현

함안향교의 공식 주소는 경상남도 함안군 함안면 덕암길 103이다. 이곳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11호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놀랍게도 연중무휴, 별도의 입장료 없이 개방된다.

하지만 무작정 정문으로 향했다가 굳게 닫힌 문에 당황할 수 있다. 당황하지 말고 담벼락을 따라 오른쪽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아는 사람만 아는 작은 옆문이 가을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함안향교 은행나무 항공샷
함안향교 은행나무 항공샷 / 사진=경상남도 공식블로그

본격적인 감상에 앞서 두 가지를 더 기억해야 한다. 첫째, 향교 내 수백 년 된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는 암나무다. 황금빛 잎사귀 아래 숨은 은행 열매를 밟지 않도록 발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둘째,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돌계단은 떨어진 은행잎으로 인해 카펫처럼 푹신하지만, 동시에 매우 미끄럽다. 아름다움에 취해 서두르다가는 자칫 아찔한 순간을 맞을 수 있으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천천히 풍경을 즐겨야 한다.

400년의 시간과 조선의 학문이 깃든 곳

함안향교 가을
함안향교 가을 / 사진=함안 공식블로그 전수현

함안향교의 가을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은행잎이 곱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조선시대 국가가 설립한 지방 공립학교로,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길러내던 유서 깊은 공간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정면에 강의실 격인 ‘명륜당’이, 그 뒤편 언덕 위에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강학 공간을 앞에, 제향 공간을 뒤에 두는 향교의 전형적인 ‘전학후묘’ 배치 방식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거대한 은행나무는 바로 이 대성전과 명륜당 사이에 서서 약 400년의 세월 동안 이 모든 역사를 묵묵히 지켜봐 왔다. 봄에는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를, 여름에는 매미 소리를, 그리고 가을이면 스스로 황금빛 그늘을 만들어 배움의 터를 아늑하게 감쌌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반짝이는 은행잎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진짜 명당은 따로 있다, 함안면을 품는 대성전 앞마당

함안향교 돌계단
함안향교 돌계단 / 사진=함안 공식블로그 전수현

돌계단이 최고의 포토존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계단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찍어도 좋고, 위에서 황금빛 카펫을 배경으로 내려다보며 찍어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하지만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면, 가장 높은 곳인 대성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곳에 서면 수백 년 된 기와지붕 너머로 함안면 북촌리 일대의 고즈넉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발아래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쏟아낸 황금빛 세상이, 눈앞에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가을이 담긴다. 바쁜 일상에 쫓기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탁 트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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