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연꽃 절정

2009년 5월, 경남 함안 성산산성 발굴 현장에서 작은 씨앗들이 발견됐다. 흙을 털어낸 씨앗들은 700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을 품고 있었다.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된 이 연꽃 씨앗이 이듬해 기적처럼 싹을 틔우고 붉은 꽃망울을 터뜨렸을 때, 역사는 신화가 되었다.
고요한 수면 위로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연꽃들은 단순한 여름의 전령이 아니다. 이곳은 잠들어 있던 역사가 다시 깨어나 살아 숨 쉬는 현장이자, 시간의 무게를 오롯이 간직한 생태 공원이다.

함안 연꽃테마파크의 심장은 단연 ‘아라홍련’이다. 성산산성에서 출토되어 7세기를 뛰어넘어 부활한 이 연꽃은 함안의 옛 지명인 ‘아라가야’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옅은 분홍빛이 감도는 붉은색 꽃잎은 다른 홍련에 비해 길고 뾰족하며, 단아하면서도 강인한 기품을 뿜어낸다.
함안박물관의 노력으로 세상에 다시 나온 아라홍련의 이야기는 공원 전체의 정체성을 이룬다. 10만 9,800㎡에 달하는 옛 가야지구의 천연 늪지를 복원하여 만든 공원은 아라홍련뿐만 아니라 백련, 수련, 가시연 등 다채로운 연꽃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2025년 7월 초 현재, 테마파크는 서서히 초록빛 잎사귀와 꽃망울로 채워지며 곧 펼쳐질 장관을 예고하고 있다. 연꽃의 개화는 9월 중순까지 이어지지만,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는 7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이다.
이 시기 공원은 살아있는 수채화처럼 변모하며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정자와 쉼터는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해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함안군 문화관광 웹사이트에서 공원의 정확한 위치와 관련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지역민의 자부심이자 함안의 역사를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함안 연꽃테마파크는 아름다운 여름 풍경을 지닌 여러 공원 중 하나가 아니다. 이곳은 700년의 시간을 이겨낸 생명의 경이로움과 한반도 고대 국가의 역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씨앗 한 톨에서 시작된 기적은 이제 수많은 이들이 함께 즐기는 거대한 정원이 되었다.
다가오는 연꽃의 절정기는 아라홍련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생명력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시간을 초월해 피어난 붉은 꽃잎 앞에서, 방문객들은 한여름의 아름다움을 넘어 역사의 숨결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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