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제일문과 오도재로 이어지는 함양 지안재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끝없이 이어진 길 위로 떠나는 드라이브만큼 좋은 처방전도 없다. 만약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어울리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찾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경남 함양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지리산의 장엄한 풍경을 향해 달려가는 길목,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지가 되는 길, 지안재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한 이 길 약 770m로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닌, 여행의 설렘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굽이굽이, 길 자체가 선사하는 최고의 풍경”

함양 읍내를 벗어나 지리산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눈앞에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뱀이 산을 오르듯, 아찔한 S자 곡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 바로 지안재의 시작이다.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잠시, 부드럽게 코너를 돌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창밖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 여행객은 “운전하는 내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넋을 잃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 속을 달리는 기분”이라며 그 감동을 전했다.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속도감보다는 길과 자연의 조화를 음미하는 데 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이 예술적인 도로를 감상하고 싶다면, 고갯길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를 찾아가자.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구룡리 산 119-3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내가 지나온 길이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낮에는 짙은 녹음 사이로 난 길이, 해 질 녘에는 노을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길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이곳에서는 복잡한 생각 대신, 유려한 곡선이 주는 시각적 쾌감과 상쾌한 산 공기를 마음껏 즐기면 그만이다.
지안재에서 지리산제일문까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지안재의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길은 오도재(悟道峙)라는 더 높은 고개로 향하는 전주곡에 불과하다. 지안재를 통과해 계속해서 길을 오르면, 해발 773m 오도재 정상에 다다르며 거대한 ‘지리산제일문(智異山第一門)’을 마주하게 된다. 지리산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라는 상징적인 이곳은 그야말로 전망의 명소다.
지리산제일문 옆(주소: 경남 함양군 휴천면 지리산가는길 635)에 마련된 넓은 조망 공원에 서면, 발아래로 겹겹이 이어진 지리산의 산맥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고, 함양의 특산물을 파는 매점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지안재의 아기자기한 곡선미를 즐긴 뒤, 오도재 정상에서 웅장한 자연미를 만끽하는 이 코스는 함양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다.
이대로 돌아가기 아쉽다면?

지안재와 오도재 드라이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그대로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함양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를 돌려 함양 읍내 방향으로 향하면, 신라 시대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인 상림공원이 기다린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울창한 나무 터널 아래를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지고, 특히 여름철에는 만개한 연꽃이 또 다른 장관을 선사한다. 숲길 산책 후에는 고즈넉한 선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개평한옥마을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의 정갈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특별한 정취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지리산의 품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지안재. 이곳은 단지 스쳐 가는 길이 아니라, 멈춰서서 감상하고 그 자체를 즐겨야 할 소중한 여행지다. 이번 주말, 일상에서 벗어나 구불구불한 길 위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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