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라고요?”… 가을꽃도 보고 축제도 즐기는 천년 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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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상림공
대한민국 최고(最古) 인공림에서 즐기는 꽃무릇과 산삼축제

함양 상림공원
함양 상림공원 / 사진=경상남도 공식 블로그 고은주

가을의 문턱,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흔한 단풍 구경은 아직 이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지금, 경상남도 함양에서는 나뭇잎보다 먼저 땅에서부터 타오르는 붉은 가을의 서막을 만날 수 있다.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숲 아래, 마치 진홍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황홀한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다.

함양 상림공원

함양 상림공원 가을 풍경
함양 상림공원 가을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영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길 49에 위치한 함양 상림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국가가 법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천연기념물 제154호 함양상림’이다.

1962년 12월 3일 지정된 이 숲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숲으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시간은 신라 말기, 진성여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함양 태수로 부임한 고운 최치원 선생은 해마다 위천의 범람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바로 강줄기를 따라 길게 둑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홍수를 막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식수를 넘어, 자연의 힘을 이용해 재해를 막고자 했던 선조들의 뛰어난 수리공학적 지혜가 담긴 결과물이다.

이 유서 깊은 숲은 연중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로 운영되어 누구나 부담 없이 천년의 유산을 만끽할 수 있다.

맨발로 느끼는 1,100년의 시간

상림공원 꽃무릇
상림공원 꽃무릇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림의 진정한 매력은 눈이 아닌 발끝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숲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1.2km 길이의 ‘다볕길’은 부드러운 마사토가 깔린 맨발 산책로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순간, 도시의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익숙해진 발바닥에 서늘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흙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꽃무릇이 피어나는 9월은 맨발 걷기의 황금기다. 한여름의 뜨거운 기운은 가시고, 땅은 아직 온기를 품고 있어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숲 바닥을 붉게 물들인 꽃무릇 군락을 옆에 두고,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걷는 경험은 그 어떤 고급 스파에서도 느낄 수 없는 깊은 치유를 선사한다. 많은 방문객들은 “천년 숲의 기운을 맨발로 오롯이 느끼는 경험이야말로 상림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을의 붉은 융단의 시각적 향연

꽃무릇
꽃무릇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영

상림의 9월은 그야말로 색의 축제다. 초록의 숲은 거대한 캔버스가 되고, 자연은 그 위에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물감을 풀어놓는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인공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애틋한 꽃말을 지닌 꽃무릇이다.

잎이 있을 땐 꽃이 없고, 꽃이 필 땐 잎이 없어 평생 서로를 만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이 꽃은, 숲속 그늘진 곳곳에 무리 지어 피어나며 초현실적인 붉은 물결을 만들어낸다.

전남 영광의 불갑사나 전북 고창의 선운사 역시 꽃무릇 명소로 유명하지만, 함양 상림공원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명소가 사찰 입장료를 필요로 하는 반면, 상림은 무료로 이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천년의 역사를 품은 고목들과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고즈넉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꽃무릇 외에도 노란빛의 황화코스모스, 보랏빛 버들마편초, 그리고 풍접초, 빅베고니아 등 다양한 가을꽃들이 1.6km에 달하는 숲길을 따라 피어나 산책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대동의 장, 함양산삼축제

함양산삼축제 포스터
함양산삼축제 포스터 / 사진=함양산삼축제 공식홈페이지

상림의 가을이 고요한 자연의 아름다움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시기, 숲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강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덕유산을 품은 함양은 예로부터 산삼과 약초의 고장으로 명성이 높았으며, 이러한 지역적 자산을 바탕으로 매년 함양산삼축제가 개최된다.

2025년, 제20회를 맞이하는 축제는 9월 18일(목)부터 9월 22일(월)까지 닷새간 함양 상림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 기간 동안 공원을 방문하면, 붉은 꽃무릇의 낭만과 함께 산삼의 건강한 기운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축제에서는 품질 좋은 함양 산양삼과 농특산물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판매 장터는 물론, 심마니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함양 상림공원 가을 꽃
함양 상림공원 가을 꽃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영

천 년 전, 백성을 아끼는 마음 하나로 조성된 숲. 그 숲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사람들을 품어주며 계절마다 새로운 선물을 내어놓고 있다. 올가을, 어디로 떠날지 고민이라면 주저 없이 함양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발끝으로 역사를 느끼고, 눈으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고, 축제의 활기 속에서 건강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함양 상림공원은 분명 기대를 뛰어넘는 감동과 휴식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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