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상림공원
천연기념물 제154호 국내 최고(最古) 인공림

늦겨울 찬바람이 가시기 전, 나뭇가지 사이로 봄기운이 스며드는 계절이 있다. 아직 잎을 내밀지 않은 활엽수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그 아래 고요한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1,000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버텨온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계절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든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한복판에 이런 숲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이며, 1,100년 전 신라의 석학이 직접 조성했다는 역사적 배경까지 갖추고 있어 단순한 공원 이상의 무게감을 품고 있다.
올해는 이 숲이 국가유산 야행 공모사업에 신규 선정되며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고운길 따라 달빛 기행’이라는 사업명 아래,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의 표정이 밤에도 빛을 발하게 된다.
통일신라 최치원이 조성한 국내 최고(最古) 인공 호안림

함양 상림공원(경남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길 49)은 통일신라 진성여왕 재위 시기(887~897) 함양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위천의 잦은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 호안림이다. 원래 이름은 대관림이었으나 이후 홍수로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으며, 현재는 상림만 남아 있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으며 공식 지정 면적은 182,665㎡(약 5만 5천 평)에 이른다. 숲의 길이는 1.6km, 폭은 구간에 따라 80~200m에 달하며, 갈참나무·졸참나무·개서어나무·느티나무 등 120여 종, 약 2만 그루의 활엽수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어 밀도 높은 숲길을 만들어낸다.
상림숲·연꽃단지·꽃단지로 구성된 3구역 공원

함양 상림공원은 천년 숲인 상림숲을 중심으로 연꽃단지와 사계절 꽃단지가 더해진 3구역으로 구성된다. 공원 내부에는 물레방아, 금호미다리, 사운정, 화수정, 합화루, 척화비, 역사인물공원 등 다양한 역사·문화 시설이 산재하며, 맨발 걷기 전용 코스인 ‘상림다별길’도 별도로 조성되어 있다.
사계절 꽃단지는 면적 5.3ha 규모로 버들마편초·백일홍·사루비아 등 10여 종의 꽃이 계절별로 피어난다. 봄에는 양귀비 군락,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연꽃,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꽃무릇이 숲을 물들이며,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펼쳐져 사계절 내내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2026 국가유산 야행 신규 선정, ‘고운길 따라 달빛 기행’

올해 함양 상림공원은 국가유산청 주관 ‘2026년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야행 부문에 신규 선정되었다. 전국 야행 부문 55건 중 하나로 선정된 이번 사업은 경남 함양문화원이 주최하며, 공식 사업명은 ‘고운길 따라 달빛 기행’이다.
야경·야로·야설·야사·야숙·야시·야식의 7개 테마로 구성되며, LED·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야경 연출, 맨발 숲길 산책(야로), 전통연희·음악회(야설), 상림 설화 스토리텔링(야사), 인근 고택 스테이 연계(야숙) 등이 포함된다. 낮에 걷던 천년 숲이 밤에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하는 셈이다. 구체적인 행사 일정은 추후 별도 공지될 예정이다.
연중무휴 24시간 개방, 입장료·주차 모두 무료

함양 상림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공원 주변으로 대형 주차장이 복수 마련되어 있어 차량 방문도 어렵지 않다. 다만 공원 내에서는 음주·흡연, 음식물 반입, 자전거·오토바이·킥보드 출입, 수목 훼손이 금지되어 있어 방문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함양버스터미널에서 공원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문의는 055-960-5756으로 하면 된다. 야행 행사 기간에는 야간 방문객이 집중될 수 있으므로, 공식 일정 발표 이후 사전 확인을 권한다.
1,1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숲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결을 드러낸다. 국내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천년 인공림의 밀도와 역사성, 그리고 무료라는 조건이 더해지니 이보다 부담 없는 나들이 목적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달빛 아래 최치원의 숲길을 직접 걸어보고 싶다면, 야행 일정이 공개되는 시점에 맞춰 함양으로 향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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