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상림공원’… 1,100년 천연기념물, 1.6km 수목 군락 산책길로 떠나는 여행

하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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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부터 이어진 지혜의 숲

함양 상림공원
함양 상림공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라시대 홍수 막기 위해 조성된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인공림, 함양 상림공원. 단순한 역사 유산을 넘어, 지역 소멸에 맞서는 함양군의 핵심 관광 거점으로 재조명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숲이 도시의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경남 함양군에 자리한 상림공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 신라의 학자 최치원이 백성의 안위를 위해 강물의 길을 다스려 만든 지혜의 산물이자, 현재는 함양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는 살아있는 역사다.

함양 상림공원 전경
함양 상림공원 전경 / 사진=함양군 공식블로그

최근 백삼종 함양 부군수가 직접 공원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며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자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많은 이들이 찾고 머무는 함양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변화의 신호탄이다.

그의 발언은 상림공원이 과거의 유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적극적인 투자의 대상임을 명확히 한다.

상림공원의 시작은 1,100여 년 전, 통일신라 진성여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함양(옛 천령군)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은 읍내를 관통하던 위천의 잦은 범람으로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강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홍수를 막기 위한 이 거대한 호안림(護岸林)은 ‘대관림’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함양을 지켰다.

함양 상림공원 꽃밭
함양 상림공원 꽃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간이 흘러 홍수로 숲의 일부가 유실되며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었고, 현재는 상림만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 120여 종의 수목이 1.6km에 걸쳐 군락을 이룬 이곳은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어 국가적 보호를 받고 있다.

이는 인간이 만든 으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선조의 지혜를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다.

함양 상림공원 모습
함양 상림공원 모습 / 사진=함양군 공식블로그

상림공원의 가치는 단순히 오래된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숲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봄에는 연둣빛 새순이 파스텔톤 수채화를 그리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가을이면 숲 전체가 붉게 타오르는 듯한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 위에 쌓인 눈이 한 폭의 수묵화를 완성한다.

함양 상림공원 숲
함양 상림공원 숲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림공원을 향한 함양군의 비전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2018년, 장애인, 노약자 등 관광 취약계층의 편의를 증진하는 ‘열린 관광지’로 선정된 바 있으며, 최근의 현장 점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포석이다.

함양군은 점검 결과를 토대로 지역민과 방문객의 요구를 반영한 문화관광시설 확충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유산청과의 협력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상림공원을 스쳐 가는 명소가 아닌, 방문객들이 오랜 시간 머물며 함양의 다른 자원들과 연계 소비를 유도하는 ‘체류형 관광’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백삼종 부군수가 “함양의 미래 먹거리는 관광과 문화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함양 상림공원 버베나
함양 상림공원 버베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함양 상림공원은 최치원의 애민정신이 빚어낸 1,100년의 유산이다. 홍수를 막아 백성을 구하려던 지혜의 숲은 이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함양의 새로운 활로를 여는 희망의 숲으로 변모하고 있다.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대인의 필요에 맞는 휴식과 문화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과거의 지혜를 발판 삼아 미래를 향한 투자를 시작한 함양군의 행보는 상림공원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주목하게 만든다. 천 년 전 숲을 만든 그 지혜가 다시 한번 함양의 미래를 밝히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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