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6m 정상까지 단풍이 끊이지 않네”… 억새·전망대까지 즐기는 가을 드라이브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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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한우산 드라이브 코스
5060 드라이버들이 반한 명소

의령 한우산 색소폰 도로
의령 한우산 색소폰 도로 / 사진=의령군 공식블로그 박은희

가을이 깊어지면 누구나 마음속에 구불구불한 단풍길 하나쯤 품게 된다. 특히 경남 의령의 한우산은 한국관광공사도 인정한 명품 드라이브 코스로 수많은 여행자의 버킷리스트에 오르지만, 이 길에는 많은 이들이 놓치는 결정적인 비밀이 숨어있다.

단순히 내비게이션만 믿고 떠났다가는 당혹스러운 반전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속도감 넘치는 드라이빙과 여유로운 산책이라는 두 가지 전혀 다른 경험을 여행자에게 제안하며,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오롯이 당신의 몫으로 남겨둔다.

한우산 드라이브

“평일에는 짜릿한 드라이브, 주말에는 자연을 따라 걷는 산책”

가을 한우산 드라이브
가을 한우산 드라이브 / 사진=경상남도 공식블로그 정한윤

한우산 드라이브 코스의 여정은 경상남도 의령군 가례면 갑을리 산 233-1에 위치한 쇠목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이 바로 평일의 드라이버와 주말의 산책자가 갈라서는 운명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이름처럼 자굴산과 한우산 사이, 소의 목처럼 잘록한 이 고갯마루에서 주말과 공휴일에는 정상으로 향하는 모든 차량의 진입이 통제된다.

이 사실을 모르고 도착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 ‘통제’가 한우산 여행의 진정한 매력을 여는 열쇠다. 한국관광공사가 이곳을 ‘비대면 안심관광지’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위적인 거리두기가 아닌,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을 원천 차단하는 이 시스템 덕분에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넉넉한 거리를 유지하며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두 가지 여행법 중 당신의 스타일을 선택해 보자.

짜릿한 와인딩과 효율성의 미학

의령 색소폰 도로 야경
의령 색소폰 도로 야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간이 부족하거나, 구불구불한 산악도로를 직접 운전하는 짜릿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단연 평일 방문이 정답이다. 쇠목재의 차단봉이 열려있는 평일에는 해발 836m 정상부의 생태숲 주차장까지 차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의령 9경 중 하나인 색소폰 도로의 진가도 이때 드러난다. 금관악기 색소폰을 닮아 이름 붙여진 이 S자 굽잇길은, 운전대를 잡고 코너를 돌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각도의 단풍 파노라마를 눈앞에 펼쳐놓는다.

정상까지 오르는 내내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억새와 단풍의 향연은 그 자체로 완벽한 드라이브 경험을 선사한다. 정상에서는 최소한의 걸음으로 도깨비숲과 탁 트인 전망을 빠르게 둘러볼 수 있어 효율성을 중시하는 여행자에게 최적의 선택지다.

느림의 가치와 이야기의 발견

한우산 드라이브
한우산 드라이브 / 사진=경상남도 공식블로그 박은희

진정한 한우산의 속살을 경험하고 싶다면 주말의 산책자가 되어보길 권한다. 쇠목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따라 걷는 약 30분의 시간은, 자동차 여행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충만함으로 채워진다.

산책의 초입, 약 100m만 걸으면 이 길의 상징인 색소폰 도로를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숲길 산책이 시작되며, 발밑의 낙엽 소리와 바람에 서걱이는 억새 소리가 유일한 배경음악이 된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이 길의 또 다른 주인공인 도깨비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단순한 조형 공원이 아니라,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애틋한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철쭉 설화원’이다.

한우산 황금동굴에 살던 도깨비 대장 ‘쇠목이’가 아름다운 ‘응봉낭자’를 짝사랑했지만, 결국 그녀가 ‘한우도령’과 사랑을 이루자 슬픔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익살스러운 도깨비 조형물들 속에 녹아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가을 풍경에 한층 더 깊은 서사가 덧입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교하면 더 잘 보이는 한우산의 가치

한우산 풍차
한우산 풍차 / 사진=의령군 공식블로그 서정호

전국의 수많은 드라이브 명소 중 한우산은 어떤 점이 특별할까? 대한민국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의 정령치 드라이브 코스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해발 1,172m에 이르는 정령치는 롤러코스터처럼 굽이치는 도로를 오르며 압도적인 산세와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곳이다. 철저히 운전과 경관 자체에 집중된 경험이다.

반면 한우산은 해발 고도는 그보다 낮지만, 아기자기한 설화 콘텐츠(도깨비숲)와 강제적인 걷기 체험을 결합해 감성적인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이번 가을, 당신의 여행 스타일에 질문을 던져보자. 속도감 넘치는 드라이브로 시간을 아끼는 ‘평일의 드라이버’가 될 것인가, 아니면 차를 잠시 잊고 두 발로 자연의 서사를 읽어내는 ‘주말의 산책자’가 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의령 한우산의 가을은 당신에게 잊지 못할 풍경과 이야기를 선물할 것이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의령군청 관광진흥과(055-570-2512)로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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