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해바라기 명소

고령화와 인구 감소. 대한민국 여느 농촌 마을이 마주한 쇠락의 그림자는 충남 서산의 작은 마을 ‘하솔마을’에도 예외 없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4년 전, 마을 주민들이 밭에 해바라기를 심기 시작했을 때, 누구도 이 노란 꽃씨 하나가 마을의 운명을 바꾸는 희망의 씨앗이 될 줄은 몰랐다.

이제 하솔마을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해바라기 명소이자, 공동체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한 가장 생생한 사례가 되었다.
하솔마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자, 유병돈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어르신들의 답답함을 달래고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을 밭에 해바라기를 심기 시작했다.

‘우리만 보기 아깝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작은 축제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해를 거듭하며 성장했다.
지난 7월 5일부터 6일까지 열린 ‘제4회 하솔해바라기축제’는 그 성공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이틀간 약 1,000여 명의 방문객이 마을을 찾아 끝없이 펼쳐진 노란 해바라기 물결을 만끽했다.

특히 이 축제는 주민참여예산 2천만 원을 지원받아 기획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주민들이 직접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제 하솔마을은 7월이면 꼭 찾아야 할 서산 가볼만한곳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이 축제의 진정한 힘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닌, 행사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마음가짐에 있다.

유병돈 이장은 “사람이나 마을이나 수명이 다하면 사라지겠지만, 그걸 슬퍼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해바라기가 될 수 있도록 즐겁게 마을을 가꾸겠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햇살 눈부신 오늘, 나는 너의, 너는 나의 해바라기가 되자’는 축제의 슬로건은 주민들이 서로에게, 그리고 마을을 찾은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같다.
하솔마을의 해바라기축제는 단순한 마을 축제 성공사례를 넘어,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과제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외부 자본이나 거창한 계획이 아닌, 공동체의 작은 아이디어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어떻게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산의 샛노란 해바라기 밭은 그래서 단순한 꽃밭이 아니다. 그것은 소멸의 운명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함께 웃고 즐기기를 선택한 한 마을의 위대한 선언이자, 대한민국 농촌이 나아갈 또 하나의 길을 비추는 희망의 등대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