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해맞이광장
8.5m 상생의 손과 함께 보는 일출

동쪽 바다 위로 금빛이 번져 갈 때, 어둠을 밀어내며 떠오르는 태양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가 된다. 많은 이들이 매년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지만, 막상 이곳에 서보면 단순한 일출 명소 이상의 울림을 느끼게 된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 손을 내밀 듯 이어지는 풍경, 그리고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의 분위기가 호미곶 해맞이광장을 특별한 여행지로 만든다.
한반도의 가장 동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보자.
호미곶 해맞이광장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150번길 20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수평선을 향해 움켜진 듯 펼쳐진 거대한 손이다.
동해의 파도 사이에서 솟아오른 이 오른손은 높이 8.5m, 무게 18톤의 청동 조형물로, 새천년을 앞두고 제작되어 긴 세월 바닷바람을 맞으며 푸른빛을 입었다.
그러나 이 손이 홀로 서 있는 것은 아니다. 광장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를 마주 보는 왼손이 자리해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마주보는 두 손은 화해와 상생, 그리고 새 출발을 향한 염원을 조형물 자체에 담아냈다.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예측된 자연의 움직임과 인공 조형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일출 각도와 계절의 변화를 계산해, 어떤 날은 손가락 사이로, 어떤 날은 손바닥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이 연출된다. 방문객이 많지 않은 시간에 이 풍경을 마주하면 경건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광장을 거닐다 보면 삼국유사의 고전적 설화를 담은 연오랑세오녀 동상이 눈에 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오래된 정신적 유산이 여행의 경험에 자연스럽게 깊이를 더한다.
한반도 최동단 명성에 맞게, 매년 12월 31일 오후부터 1월 새해 아침까지 호미곶 한민족해맞이축전이 개최된다. 연간 200여만명의 관광객이 호미곶 광장을 방문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광장 풍경

호미곶 해맞이광장의 매력은 새벽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낮의 햇살 아래 펼쳐진 넓은 광장은 바다와 이어지는 수평선을 따라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계절마다 분위기도 달라져 봄이면 유채꽃단지가 활짝 피어 노란 물결을 이루고, 겨울이면 바람이 더 강해지는 대신 바다의 빛이 더욱 선명해진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광장에서 걸어서 바로 닿을 수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을 들르는 것도 좋다. 다만 박물관은 광장과 달리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연중무휴가 아니라 매주 월요일과 명절 당일은 문을 닫는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마지막 입장은 5시 30분이다. 내부에서는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와 해양안전을 지켜온 기술 변화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고, 1908년에 건립된 호미곶등대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과 여행의 만족감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사랑받는 이유는 거대한 조형물이나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나 무료로,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 여행의 만족감을 크게 높인다.
입장료는 물론 주차비까지 전액 무료이며, 광장은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일출을 기다리거나 밤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기에도 제약이 없다.
광장을 천천히 거닐며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일출이 아닌 시간에도 이곳이 왜 특별한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바다에 드리워진 빛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날씨에 따라 손 조형물의 기운도 또 다르게 다가온다.
어느 날은 장엄하게, 어떤 날은 고요한 위로처럼 다가오는 풍경은 여행자에게 잊기 어려운 순간을 남긴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단순한 일출 명소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 인간의 염원을 함께 담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두 손 조형물이 전해주는 메시지와 광장이 품은 여유,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일출을 보러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한적한 오후나 바람이 선선한 계절에 산책하듯 찾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동해의 바다 풍경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힘을 조용히 얻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호미곶에서의 하루는 언제나 다른 빛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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