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0만 명 몰려요”… 입장료·주차비 무료에 걷는 내내 감탄 나오는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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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가장 동쪽의 호미곶 해맞이광장

호미곶 해맞이광장 전경
호미곶 해맞이광장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검푸른 새벽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고, 아득한 수평선이 희미한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시간. 동해의 차가운 물결 속에서 거대한 손 하나가 불쑥 솟아올라, 막 태동하는 태양을 경건하게 맞이한다.

이 비현실적이면서도 장엄한 풍경은 누구나 한 번쯤 사진으로 마주했을 법한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이곳이 품은 이야기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 그 이상이다. 한반도의 가장 동쪽, 호랑이의 힘찬 꼬리 위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곳의 진짜 매력을 더욱 깊숙이 들여다보자.

바다와 육지가 서로 손을 맞잡은 곳

호미곶 상생의 손
호미곶 상생의 손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그 장엄한 풍경의 중심에는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있다. 정확한 주소는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로,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상생의 손은 사실 바다에만 외롭게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의 손이 오른손이라면, 드넓은 광장에는 그와 마주 보는 왼손이 자리해 비로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이 두 손이 마주 보는 모습은 화해와 화합, 상생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새천년의 희망과 기대가 부풀어 오르던 1999년에 제작된 이 조형물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시대정신이 깃든 기념비다. 높이 8.5m, 무게 18톤에 달하는 거대한 청동 손이 오랜 세월 동해의 거친 파도와 해풍을 맞으며 지금의 푸른빛을 띠게 된 과정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되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호미곶 해맞이광장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특히 놀라운 점은 바닷속 수위와 계절별 해가 뜨는 위치까지 정교하게 계산하여, 매일 아침 손가락 사이로 혹은 손바닥 위로 해가 떠오르는 경이로운 순간이 연출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연과 인공물이 이루는 가장 완벽한 조화라 할 수 있다.

해맞이를 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그냥 산책하러 와도 힐링하기에 좋은 곳이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의 주차는 새천년기념관 옆에 주차장이 있고 주차비는 무료다.

또한 장애인 주차 구역과 완만한 경사로,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주 출입구 등 무장애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어 누구나 불편함 없이 동해의 풍광을 누릴 수 있다.

호랑이 꼬리에서 희망을 외치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모습
호미곶 해맞이광장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매년 120만 명 몰리는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이토록 상징적인 장소가 된 것은 이곳의 지리적, 역사적 중요성 때문이다. 이곳은 명실상부 한반도의 최동단, 즉 육지에서 동해의 일출을 가장 먼저 품에 안는 곳이다.

19세기, 과학적 도구가 부족했던 시절, 고산자 김정호는 자신의 발로 국토를 직접 걸으며 대동여지도를 제작했다. 그는 한반도의 동쪽 끝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무려 일곱 번이나 찾아와 측량했고, 마침내 호미곶이 바로 그 지점임을 확증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집념 어린 발걸음이 오늘날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의 가치를 증명한 것이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풍경
호미곶 해맞이광장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한반도를 호랑이의 형상에 비유할 때 정확히 꼬리 부분에 해당하여 ‘호미곶(虎尾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로부터 호랑이 꼬리는 가장 힘찬 기운이 샘솟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런 상징성 덕분에 이곳은 국가 지정 해맞이 축전이 두 차례나 열렸고, 지금도 매년 1월 1일이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광장 한편에는 2000년 마지막 날의 햇빛과 날짜변경선 너머 피지섬의 첫 햇빛을 합쳐 만든 ‘영원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타오르며, 이곳이 지닌 시작의 의미를 더욱 뜨겁게 밝히고 있다.

일출이 전부가 아닌 특별한 휴식

상생의 손
상생의 손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이곳의 매력은 비단 동 트는 새벽에만 머물지 않는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 요금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부담 없는 여행지로 제격이다.

탁 트인 광장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끼룩거리는 갈매기떼가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광장에는 이 지역의 뿌리 깊은 설화, 해와 달의 정기를 품은 ‘연오랑세오녀’의 이야기가 동상으로 재현되어 방문객을 맞는다.

또한, 광장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와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1908년 처음 불을 밝힌 역사적인 호미곶 등대부터 다채로운 전시까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여름철 오전 5시 직후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보는 것도 좋지만, 한적한 오후에 찾아와 박물관을 둘러보고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치유를 선사한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자연과 역사, 그리고 평화의 염원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대표 ‘희망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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