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은행나무숲
10월 한 달만 열리는 황금빛 사랑의 숲

가을이 깊어지면 대한민국은 온통 울긋불긋한 색의 향연에 빠져들지만, 1년 중 오직 10월에만 아주 잠시 문을 여는 비밀의 화원이 있다.
누군가의 발길도, 시간의 흐름도 멈춘 듯한 그곳은 온통 눈부신 황금빛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국가가 만든 공원도, 지자체가 관리하는 관광지도 아니다. 바로 한 남자가 아내를 위해 30년 넘게 가꿔온 사랑의 결실, 홍천 은행나무숲이다.
“아내를 위한 기도, 2,000그루의 황금빛 약속이 되다”

이 경이로운 숲의 시작은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 번지의 광활한 대지에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 생활에 지쳐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던 아내의 손을 잡고, 남편은 오대산 자락으로 귀농했다.
그의 귀에 들려온 것은 오대산의 광물 성분을 품은 광천수, 삼봉약수가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희망의 속삭임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비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매일같이 땅을 파고 은행나무 묘목을 한 그루씩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묵묵히 심어온 나무는 어느덧 2,000여 그루에 달했다. 약 4만㎡(약 1만 2천 평)의 땅에 5m 간격으로 오와 열을 맞춰 심긴 나무들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 거대한 숲을 이뤘다. 처음 25년간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 비밀의 정원은, 해마다 10월이 되면 세상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했다.
입소문을 통해 이 비경이 알려지자, 숲의 주인 유기춘 씨는 “이 아름다운 가을을 나 혼자 보기 아까워” 2010년부터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10월, 한 달 동안만 숲의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냄새 없는 황금빛 세상, 방문객을 위한 배려

홍천 은행나무숲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들은 압도적인 규모와 색감에 탄성을 지른다. 끝없이 이어진 노란 터널 아래 서면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만 개의 은행잎이 황금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바닥에는 폭신한 노란 융단이 깔린다. “바람에 은행잎이 후두두 떨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여기저기서 ‘우와’ 하고 탄성이 새어나온다”는 한 방문객의 묘사처럼, 모든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혹시 은행 특유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방문을 망설인다면, 그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놀랍게도 이곳의 은행나무 2,000여 그루는 대부분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다.
방문 전 필독! 천국을 경험하기 위한 현실 조언

이 황금빛 천국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현실적인 조언이 있다. 첫째, 개방일정을 반드시 재확인해야 한다. 이곳은 개인 사유지이므로 주인의 사정에 따라 개방 시기가 미세하게 조정될 수 있다.
둘째, ‘주차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이곳에는 공식 주차장이 전무하다. 유일한 방법은 57번 국도 갓길에 차를 대는 것인데,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주말에는 숲 입구 수 킬로미터 전부터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다.
최악의 경우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1시간 이상을 길에서 허비할 수 있다. 이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인파가 몰리기 전인 평일 오전 10시 개장 직후를 노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다.
홍천 은행나무숲에서 황금빛 감동을 만끽했다면,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삼봉약수와 국립삼봉자연휴양림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숲의 탄생 배경이 된 약수로 목을 축이며 여행의 서사를 완성하고, 깊은 숲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더 느껴보는 완벽한 하루를 계획할 수 있다. 1년에 단 한 번,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 특별한 초대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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