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바로 284m 정상으로”… 부모님과 가기 좋은 여름 드라이브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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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월산 정산
백월산 / 사진=유튜브 (코너스톤)

산의 정상이란 으레 굵은 땀방울과 거친 숨을 대가로 치러야만 허락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충남 홍성에는 이러한 통념을 기분 좋게 배반하는 산이 있다.

드라이브하듯 편안하게 올라 단 몇 분의 걸음만으로 세상의 지붕에 선 듯한 파노라마를 마주하게 되는 곳, 바로 백월산(白月山)이다.

백월산의 해발 고도는 284m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정상에서 펼쳐지는 풍경의 가치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진짜 매력은 홍성 시내에서 불과 10여 분이면 닿는 접근성과 정상 코앞까지 잘 닦인 포장도로에 있다.

백월산 차로 등산
백월산 / 사진=홍성 공식블로그 이지현

등산화도, 굳은 각오도 필요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0미터 남짓한 산책길을 오르는 5분, 그 짧은 시간이 지루한 일상과 완전히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마법의 순간이다.

이처럼 부담 없는 여정은 백월산을 매력적인 충남 드라이브 코스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백월산 정상이 특별한 이유는 한자리에서 전혀 다른 세 가지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쪽으로는 홍성읍의 불빛들이 아기자기한 도시의 풍경을 그리고, 북쪽으로는 광활한 내포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백월산 정상 풍경
백월산 / 사진=홍성 공식블로그 이진희

그리고 마침내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서해의 천수만이 거대한 수평선을 그리며 나타난다. 맑은 날, 도시와 농촌, 그리고 바다가 하나의 시선 안에 들어오는 이 장대한 파노라마는 백월산이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이유를 증명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짧은 길은 단조롭지 않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이 발걸음을 반기고, 길목에서 만나는 거대한 코끼리바위는 자연이 빚어낸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백월산 드라이브
백월산 / 사진=홍성 공식블로그 이지현

하지만 이 산에 깃든 이야기는 바위의 형상보다 더욱 깊다. 산의 이름인 백월(白月), 즉 ‘흰 달’은 백제 부흥운동의 마지막 불꽃과 맞닿아 있다.

전설에 따르면, 백제 왕족과 군사들이 이곳에 머물며 밝은 흰 달을 보고 재기의 희망을 다졌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역사적 서사는 백월산을 단순한 전망대를 넘어, 홍성의 정체성을 품은 인문학적 공간으로 만들며, 이곳을 홍성 가볼만한곳 목록에서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백월산 등산
백월산 / 사진=홍성 공식블로그 이진희

결국 백월산은 우리에게 산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정상을 오르는 힘겨운 과정을 생략하는 대신, 그곳에서 얻는 사색과 감동의 시간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선물한다.

바쁜 일상 속 짧은 틈을 내어 자연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백월산은 가장 쉽고 빠른 해답이 되어준다.

누구나 편안히 정상의 풍경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된 백월산 주차장은 이러한 배려의 시작점이다. 백월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마주함’의 대상으로서, 우리에게 땀 대신 사색을, 도전 대신 위안을 얻어 가는 곳, 그곳이 바로 백월산의 진짜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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