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호수길 5구간
전액 상품권 환급과 모두를 위한 무장애 산책로

가을바람이 불면 문득 걷고 싶어진다. 화려한 단풍 명소가 아니더라도, 그저 잔잔한 물결과 청명한 숲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충분하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니 입장료와 주차비, 그리고 동반자의 보행 조건까지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모든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곳이 있다. 심지어 지불한 입장료 전액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그야말로 ‘남는 장사’ 같은 여행지다.
자동차 소음 하나 없는 고요한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면 수몰민의 그리움과 현대인의 치유가 공존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강원특별자치도 횡성에 숨겨진 보석, 횡성호수길 5코스로 떠나본다.
횡성호수길

횡성호수길 5코스 ‘가족길’은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갑천면 태기로구방5길 40에 위치한 ‘망향의 동산’에서 시작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총 6개의 코스(전체 31.5km) 중 유일하게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9.0km 순환형 코스라는 점이다.
방문객은 자신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먼저 A 코스는 9km 전체를 순환하는 구간이다. 걷는 내내 횡성호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끽할 수 있다.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 소요되지만, 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특히 호수에 산 그림자가 그대로 비치는 ‘물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는 3개의 전망대와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쉼 없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반면, 9km 완주가 부담스럽다면 B 코스(4.5km)가 현명한 대안이다. A 코스의 절반 지점에서 숲으로 방향을 트는 B 코스는 원시림이 가득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울창한 은사시나무 군락지가 자아내는 청량함은 A 코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중간에 만나는 ‘횡성호 쉼터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호수의 파노라마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수몰민의 그리움이 깃든 ‘망향의 동산’

이토록 아름다운 횡성호는 사실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인공호수다. 댐이 건설되면서 갑천면의 5개 마을이 물에 잠겼고,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은 이곳에 터전을 내주어야 했다.
5코스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망향의 동산’은 바로 그들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우리가 걷는 이 평화로운 호숫길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셈이다.
길 중간중간 만나는 조형물과 갤러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호수 아래 잠긴 고향에 대한 기억과 역사를 담고 있다.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저 풍경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한 지역의 역사를 함께 호흡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화려함 대신 묵직한 위로와 사색의 시간을 얻게 된다.
휠체어도, 유모차도, 반려견도 OK

횡성호수길 5구간의 진정한 가치는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데 있다. 이곳은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열린관광지’로 선정되었다.
이는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등 관광 약자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음을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5코스 주차장에서 ‘가족쉼터’까지 이어지는 일부 구간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동하기 편하도록 완만한 경사의 무장애 동선으로 완벽하게 정비되어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목줄과 배변봉투만 잘 챙긴다면 반려견과 함께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흙길이 잘 관리되어 있어 반려견의 만족도도 높다.
입장료 2천 원 내면, 상품권으로 ‘전액 환급’

이 모든 경험을 누리는 데 필요한 비용은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다. 일반 성인 기준 입장료는 2,000원이며 횡성군민, 장애인, 국가유공자, 경로우대자는 1,000원의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무료다. 횡성군은 입장료로 낸 금액(2,000원 또는 1,000원) 전액을 횡성관광상품권으로 즉시 환급해 준다. 이 상품권은 횡성군 내 전통시장, 음식점, 주유소 등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횡성호수길 5코스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연중무휴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주차 공간 역시 ‘망향의 동산’ 주차장에 무료로 마련되어 있다.
고요한 호수, 깊은 역사, 그리고 모두를 배려한 따뜻함까지 갖춘 곳. 이번 주말, 지갑은 가볍게, 마음은 풍요롭게 채울 수 있는 횡성호수길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어제 다녀 왔는데 단풍 한 개도 안 들어 킹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