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모래부터 남달라요”… 부모님이 1.7km 걷는 순간 감탄한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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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세월이 만든 노래하는 모래의 비밀

화진포해수욕장 전경
화진포해수욕장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해안 최북단,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의 한적한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발밑에서 기묘한 감각이 전해져 온다. 신발과 모래가 마찰하며 내는 ‘뽀드득’거리는 소리는 마치 백사장이 건네는 작은 속삭임처럼 들린다.

이곳은 수만 년에 걸쳐 조개껍질과 암석이 부서져 형성된 화진포해수욕장으로, 그 독특한 모래의 비밀은 바로 ‘모나자이트(Monazite)’ 성분에 있다. 이 성분으로 인해 모래가 유난히 곱고, 개미조차 살지 않는 청결한 환경이 유지된다.

화진포해수욕장 백사장
화진포해수욕장 백사장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진포해수욕장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백사장 그 자체다. 약 1.7km에 걸쳐 펼쳐진 넓고 완만한 백사장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평균 수심이 1~1.5m로 얕고 물이 유난히 맑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눈으로 보는 풍경 너머에 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들려오는 독특한 소리는 ‘우는 모래’ 또는 ‘노래하는 모래’라는 별칭을 낳았으며, 이는 국내 다른 해변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고유한 특징이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이 모래사장은 단순한 휴식의 공간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 된다.

화진포해수욕장
화진포해수욕장 / 사진=고성관광

화진포의 신비는 바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해변 바로 뒤편에는 거대한 자연호수 화진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국내 대표적인 ‘석호(潟湖, Lagoon)’로, 광활한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울창한 송림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동해의 푸른 물결과 호수의 고요함, 그리고 소나무 숲의 청량함을 한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금구도와 그 위를 나는 갈매기 떼의 모습은 이곳의 비경으로 꼽히며,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한다.

이기붕 별장 내부
이기붕 별장 내부 / 사진=고성군 공식블로그

화진포의 수려한 경관은 일찍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때 김일성 일가의 여름 별장이 있었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기붕 전 부통령의 별장 또한 이곳에 자리했다.

분단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의 흔적을 품고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화진포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휴양지였음을 증명한다.

화진포해수욕장 모습
화진포해수욕장 모습 / 사진=고성관광

오늘날 화진포해수욕장은 199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주차장, 샤워실, 진입로 등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현대적인 휴양지로 거듭났다.

인근에는 화진포 해양박물관과 같은 교육적 시설부터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체감할 수 있는 통일전망대, 그리고 천년 고찰의 역사를 간직한 건봉사지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산재해 있어 더욱 풍성한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화진포 해수욕장 풍경
화진포 해수욕장 풍경 / 사진=고성관광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해수욕장은 단순히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 피서지가 아니다. 발밑에서 속삭이는 기묘한 모래의 감촉, 바다와 호수가 공존하는 독특한 자연환경, 그리고 근현대사의 자취가 겹겹이 쌓인 이곳은 방문객에게 다층적인 경험과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잘 갖춰진 편의시설 속에서 자연의 신비와 역사의 이야기를 동시에 품고 싶다면, 올여름 동해안 최북단의 이 특별한 해변은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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