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모님도 거뜬히 완주했어요”… 축구장 56개 규모 억새가 물든 가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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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에서 만나는 가을의 억새

황매산 억새군락지
황매산 억새군락지 / 사진=ⓒ한국관광공사 두드림

억새를 보러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황매산’이라는 이름을 기억해두자. 화려한 축제보다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가을 풍경이 그리운 이들에게 황매산 억새 군락지는 단연 최고의 선택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곳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억새가 만들어내는 금빛 물결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억새 사이로 바람이 흐르고, 해질녘이 되면 풍경은 말 그대로 황홀경에 이른다.

황매산 억새군락지

황매산 억새능선
황매산 억새능선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학래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황매산 억새군락지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산행 서적이나 관광 지도에서도 거의 소개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그 고요함과 자연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억새가 가득한 능선을 따라 걸으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아름다운 골짜기와 평원이 펼쳐진다. 수십만 평에 이르는 억새밭은 단풍나무, 느티나무, 팥배나무 등이 둘러싸고 있어 계절이 깊어질수록 색이 더 풍부해진다.

가을의 절정을 맞이한 황매평전에는 은빛으로 물든 억새가 바람에 일렁이고, 바위 능선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억새 군락의 크기는 무려 40헥타르.(축구장 약 56개 크기)산의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억새밭은 ‘이런 풍경이 진짜 한국에 있었나’ 싶은 감탄을 자아낸다.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억새 산책 코스

황매산 억새 코스
황매산 억새 코스 / 사진=ⓒ한국관광공사 두드림

해발 850m에 위치한 황매평전은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어 더욱 인기다.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길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억새의 절정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곳에는 2가지 주요 억새길이 있다.

군락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A코스(1.35km)와 외곽을 도는 B코스(2.6km). 각각의 길은 걷는 느낌이 다르고, 햇살과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도 달라진다.

길을 걷다 보면 ‘별빛언덕’이라는 이름의 고지가 나온다. 해발 910m 높이로, 드라마 ‘킹덤’과 ‘미스터 선샤인’도 이곳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은 황매산이 얼마나 인상적인 배경을 가진 장소인지 짐작하게 한다. 특히 해질 무렵, 억새가 석양과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황금빛 장면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 중 하나다.

자연의 품에 안긴 억새

황매산 억새
황매산 억새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은 억새로 유명한 황매평전이지만, 이곳의 시작은 목장이었다. 1980년대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으로 이 일대는 대규모 목장으로 조성되었고, 철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은 소와 양에게 뜯겨나갔다. 1990년대 목장이 문을 닫은 이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이 땅에 억새가 스스로 자라기 시작했다.

억새의 은빛이 주인공이 되는 이곳은, 그렇게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결과물이다. 낮고 조용한 휴게소를 지나 평원으로 들어서면 노랗고 붉게 물든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마치 은빛 물결처럼 능선을 넘나들며,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감정을 선사한다.

황매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억새의 시간

황매산 억새와 노을
황매산 억새와 노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억새는 낮과 저녁, 맑은 날과 흐린 날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해질 무렵 억새에 비치는 석양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금빛 억새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다시 떠오르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황매산 억새군락지는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단, 기상 상황에 따라 통제가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차는 가능하며, 해발 850m의 정상주차장과 그 아래 은행나무 주차장 중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 차량 출차 시 요금을 지불하는 후불제로, 비수기 기준 중소형 차량은 4시간에 4,000원, 이후 시간당 1,000원씩 추가된다.

황매산 억새평원
황매산 억새평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황매산 억새군락지는 그저 ‘억새가 많은 곳’ 이상의 특별함을 지닌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풍경, 역사와 시간이 만들어낸 고즈넉함, 그리고 해질녘 금빛으로 물드는 그 풍경까지. 억새가 가장 빛나는 계절, 가을에 찾는 황매산은 여느 관광지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함께해도 좋고, 홀로여도 충분히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곳. 가을이 머무는 이 계절, 황매산의 억새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이 어느새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이다. 지금, 그 풍경은 당신을 위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황매산군립공원에 따르면 2025년 11월 7일 기준, 억새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하니 망설이다 놓치기 전에 서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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