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무료에 이런 설경을?”… 해발 756m 절벽 위 하늘다리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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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백아산 하늘다리
석회암 능선이 선사하는 짜릿한 조망

백아산 하늘다리 설경
백아산 하늘다리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최정삼

12월의 화순 내륙은 눈이 내린 뒤 고요 속으로 잠긴다. 산 중턱을 감싼 흰 눈과 밝은 바위가 조화를 이루며 능선 전체가 은빛으로 물들고, 그 사이로 가느다란 선 하나가 공중에 떠 있듯 이어진다.

지상에서 756m 높이, 두 개의 거대한 바위를 잇는 현수교가 바로 이곳의 중심이다. 겨울바람이 불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발을 디딜 때마다 짜릿한 긴장감을 안긴다.

석회암 지형이 만든 독특한 산세와 투명한 겨울 공기가 어우러져 사계절 중 가장 선명한 조망을 선사하는 계절, 지금이 바로 그때다.

화순 백아산 하늘다리

백아산 하늘다리 겨울 풍경
백아산 하늘다리 겨울 풍경 / 사진=화순군 공식 블로그

백아산이라는 이름은 멀리서 바라본 산의 모습에서 유래했다. 능선을 따라 드러난 밝은 석회암 바위들이 흰 거위 떼처럼 보인다 하여 ‘하얀 거위’를 뜻하는 백아산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 석회암층은 약 2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오랜 세월 풍화 작용을 거치며 지금의 독특한 암릉 지형을 만들어냈다. 1973년 한국동굴학회가 이곳을 조사하면서 지질학적 가치가 확인됐고, 산 내부에는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석회동굴도 자리하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겨울이 되면 나무의 잎이 떨어져 바위의 밝은 색감이 더욱 두드러지고, 눈이 쌓인 능선은 마치 하늘과 경계가 사라진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지형 위에 놓인 하늘다리는 자연이 만든 무대 위에 인간이 더한 한 줄기 길이며, 그 위를 걷는 경험은 단순한 산행을 넘어선다.

발아래 펼쳐지는 절벽의 긴장감

백아산 하늘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백아산 하늘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 사진=전라남도 공식 블로그

하늘다리는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연결하는 길이 66m, 폭 1.2m의 산악 현수교다. 2013년 완공 이후 백아산의 상징적인 구조물로 자리 잡았으며, 최대 130명이 동시에 서 있어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안전성이 검증됐다.

하지만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다리는 살짝 흔들리고, 그 순간 발밑으로 보이는 깊은 계곡과 바위 지대가 시선을 아래로 끌어당긴다. 특히 다리 중앙에 설치된 세 개의 강화유리 조망창은 이곳의 백미로 꼽힌다.

겨울철에는 유리 표면이 차가워 발을 디디는 순간 온도가 느껴지고, 맑은 날에는 아래쪽 바위와 나무까지 선명하게 보여 시각적 자극이 더욱 강렬하다. 다리를 건너는 내내 고개를 들면 탁 트인 능선이, 고개를 숙이면 깊은 절벽이 동시에 펼쳐져 긴장과 해방감이 교차하는 독특한 감각을 선사한다.

체력에 맞춰 선택하는 산행

백아산 하늘다리 전경
백아산 하늘다리 전경 / 사진=화순군 공식 블로그

백아산을 향하는 길은 크게 두 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백아산자연휴양림 코스로, 완만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고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매봉까지 약 2시간, 이후 마당바위까지 30분이 더 걸려 총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숲길이 주를 이루어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구간이 많아 사계절 내내 접근성이 좋다. 반면 백아산관광목장 코스는 매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마당바위로 향하는 짧은 길이다. 약 1시간 30분이면 하늘다리에 도착할 수 있어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 소모를 줄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관광목장 입구에는 눈썰매장과 휴게 시설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이 찾는다. 두 코스 모두 중간 난도의 산행이지만 겨울철에는 경사 구간에서 미끄러질 수 있어 아이젠 준비가 필요하며, 바람이 강한 날에는 체감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므로 방풍 장비를 챙기는 게 좋다.

백아산 하늘다리
백아산 하늘다리 / 사진=화순군 문화관광

백아산자연휴양림(전남 화순군 백아면 수양로 353)을 이용할 경우 성인 입장료는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400원이며 단체는 30% 할인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주차비는 경형 1,500원, 중소형 3,000원, 대형 4,000원이다.

백아산관광목장을 경유하면 입장료와 주차비 없이 등산을 시작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적다. 겨울철 산행 시 아이젠과 장갑, 방한복은 필수이며 하늘다리 위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가 실제보다 5도 이상 낮게 느껴진다.

산행 후에는 화순 지역의 온천을 찾아 몸을 녹이는 코스가 인기 있으며, 인근에는 화순 고인돌 유적지와 운주사 같은 문화재도 자리해 여행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백아산 하늘다리 모습
백아산 하늘다리 모습 / 사진=전라남도 공식 블로그

백아산 하늘다리는 높이와 투명함, 그리고 겨울 설경이 만나 완성되는 특별한 경험이다. 석회암 능선이 빚어낸 밝은 산세와 다리 위에서 느끼는 짜릿한 긴장감은 평범한 산행과는 다른 감각을 남긴다.

발밑으로 펼쳐지는 절벽과 멀리 이어지는 무등산 능선, 그리고 차갑고 맑은 겨울 공기가 어우러져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바람이 투명하게 느껴지는 12월, 하늘과 땅 사이에 걸린 66m의 길 위에서 자연이 선사하는 고요와 스릴을 동시에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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