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제11경으로 뽑힌 게 아니네요”… 한 선비의 슬픔이 만들어낸 무료 수상 누정

서성저수지의 잔잔한 물결 위로 솟아오른 환산정은 붉은 절벽과 호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화순 환산정
화순 환산정 / 사진=화순군청 유튜브

핵심 요약

  • 화순 제11경 환산정은 1637년 백천 류함이 세운 조선 중기 누정으로 서암산 절벽과 어우러진 남도 정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백천로 236-1에 위치한 정자는 연중무휴 무료로 상시 개방되며 인근에 소규모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 광주 제2순환도로 화순IC를 거쳐 오도교차로로 진입하는 경로를 추천하며 상세 문의는 화순군청 관광체육실로 가능합니다.

저수지 수면이 잠잠해지는 이른 아침, 안개가 수면을 낮게 깔고 흐르면서 물 위에 떠 있는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땅과 이어져 있음을 알면서도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그 형상은 좀처럼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서암산 절벽이 호수에 거울처럼 비치는 풍경과 맞물리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소인 환산정(環山亭)은 병자호란 이후 한 선비가 통탄 속에 귀향하며 세운 누정이다.

2007년 화순군 향토문화유산 제35호, 2025년에는 화순 제11경으로 잇달아 지정되며 남도 여행의 주목받는 목적지로 떠올랐다. 호수와 절벽과 정자가 한 폭의 화면 속에 겹쳐지며 더욱 짙은 인상을 남긴다.

1637년 백천 류함이 세운 은거의 정자

화순 환산정 풍경
화순 환산정 풍경 / 사진=화순군청 유튜브

환산정(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백천로 236-1, 지번 서성리 147)은 서성저수지 안에 섬처럼 자리 잡은 조선 중기 누정이다.

창건자 백천 류함(1576~1661)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근왕에 나섰다가 인조의 항복 소식을 듣고 통탄하며 의병을 해산한 뒤 귀향해 1637년 이곳에 정자를 세우고 은거했다.

벼슬 없이 처사로 지내면서도 학문으로 후학을 길렀던 인물이었던 만큼, 환산정은 그의 절개와 학문 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전해진다. 1896년 중건을 거치고 1930년대 보수, 2010년 재차 중수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정면 5칸 이익공 팔작지붕이 담은 전통 누정 구조

환산정 모습
환산정 모습 / 사진=화순군청 유튜브

현재 환산정은 정면 5칸·측면 2칸의 이익공 양식 팔작지붕 건물로, 내부에는 1칸 규모의 온돌방인 중재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측면과 후면에는 평난간이 둘러져 있으며, 활주 네 개가 처마를 받쳐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를 갖추었다.

정자 앞에는 정면·측면 각 1칸의 맞배지붕 정문이 서 있어 진입 공간을 구성한다. 내부 창방과 보에는 서예가 원교 이광사(1702~1777)의 글씨로 알려진 현판 편액이 걸려 있어 건축적 완성도를 높인다.

이처럼 세밀하게 갖춰진 구조는 조선시대 남도 정자의 전형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1965년 저수지 축조가 만들어낸 수상 비경

저수지 풍경
저수지 풍경 / 사진=화순군청 유튜브

환산정이 지금과 같은 극적인 풍경을 갖게 된 것은 1965년 서성저수지가 축조되면서부터다. 저수지 물이 차오르면서 정자는 상류 한가운데 섬처럼 둘러싸이게 되었고, 저수지 수위가 높아질수록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가 더욱 두드렷해진다.

여기에 서암산의 적벽과 기암절벽이 수면에 비치는 풍경이 겹쳐지며 호수와 산과 정자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특히 봄철 벚꽃이 주변을 물들일 무렵에는 수면 위 꽃그림자와 절벽이 동시에 담겨 화순을 대표하는 절경을 이룬다.

연중무휴 무료 개방, 화순군청 문의처 안내

환산정으로 가는 길
환산정으로 가는 길 / 사진=화순군청 유튜브

환산정은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관람할 수 있다. 정자까지는 제방에서 연결된 길을 통해 접근하며, 인근에 소규모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광주 제2순환도로 방면에서 출발할 경우 화순IC를 거쳐 오도교차로에서 서성리 방면으로 진입하면 환산정 입구에 닿을 수 있으며 대략 24km 거리다.

문화재 관련 문의는 화순군 문화예술과(061-379-3225), 관광 코스·안내는 화순군청 관광체육실(061-379-350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산정 누정
환산정 누정 / 사진=화순군청 유튜브

1637년에 선비 한 사람의 슬픔에서 비롯된 공간이 약 400년을 지나 지역의 대표 경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환산정이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통 건축의 정교함과 수면 위 풍경이 겹쳐지는 장소는 흔하지 않다. 입장료 없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화순 제11경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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