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좋길래 우수상까지?”… 부모님도 극찬한 무료 가을 숲 단풍 코스

입력

화순 너릿재옛길
무료로 즐기는 역사와 단풍의 힐링코스

화순 너릿재옛길 단풍
화순 너릿재옛길 단풍 / 사진=화순 공식블로그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완연한 가을이다. 땀이 가볍게 밸 정도로 걷기 좋은 이 계절에, 광주와 화순의 경계에 자리한 너릿재옛길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었다.

이곳은 1970년대 후반까지 광주와 화순을 잇는 주 통로였던 옛 국도가, 이제는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사색의 숲길로 다시 태어난 공간이다.

붉은 단풍과 하얀 구절초, ‘가을 숲길’의 품격

화순 너릿재옛길 가을
화순 너릿재옛길 가을 / 사진=화순 공식블로그

너릿재옛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2020년 전라남도가 주관한 ‘걷고 싶은 전남 숲길 공모’에서 가을 대표 숲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심사 당시 광주광역시와 맞닿은 뛰어난 접근성은 물론, 숲길 주변을 수놓는 울긋불긋한 애기단풍과 대규모 구절초 단지가 주변 숲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곳에는 수령 300년이 훌쩍 넘은 거대한 느티나무가 화순 땅을 묵묵히 굽어보고 있다. 오랜 시간 화순의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리를 지킨 고목의 위엄이 든든함을 더한다.

아름다운 숲길에 새겨진 5.18의 아픔

화순 너릿재옛길
화순 너릿재옛길 / 사진=화순 공식블로그

그러나 이 아름다운 숲길은 동시에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너릿재옛길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 시내를 봉쇄하기 위해 주요 길목을 차단했던 ‘광주 봉쇄 작전’의 핵심 경로였다. 이 과정에서 광주를 오가던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오늘날 우리가 걷는 이 길은 화려한 단풍 속에 그날의 아픔을 품고 있다. 형형색색의 나들이객이 넘나드는 평화로운 이 숲길이 한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자 고립의 상징이었다는 사실은, 너릿재 걷기에 특별한 무게감을 더한다.

어디서 출발할까? 광주 너릿재공원 vs 화순 공영주차장

너릿재옛길
너릿재옛길 / 사진=화순 공식블로그

너릿재옛길을 걷는 출발지는 크게 두 곳이며, 두 곳 모두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이다.

첫 번째는 광주광역시 동구 선교동 70에 위치한 너릿재공원 주차장이다. 두 번째는 전남 화순군 화순읍 이십곡리 605-3에 있는 소아르미술관 앞 공영주차장이다. 두 주차장 사이의 편도 거리는 약 2.8km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히 횡단할 수 있다.

많은 방문객이 선택하는 코스는 화순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너릿재 정상의 300년 느티나무 전망대를 반환점 삼아 돌아오는 왕복 코스이다. 이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아주 여유 있게 걸어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어 가벼운 산책에 적합하다.

너릿재옛길 단풍
너릿재옛길 단풍 / 사진=화순 공식블로그

가을 주말에는 워낙 유명세를 타 주차장이 만석인 경우가 잦으므로, 비교적 여유로운 점심시간대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선한 가을, 화순과 광주를 잇는 이 역사적인 길 위에서 붉게 타는 단풍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시간을 함께 사유하는 깊이 있는 산책을 추천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