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7천 그루 산수유가 마을 전체에 물든다”… 황금빛 꽃 만나는 무료 500년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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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산수유마을
기묘사화가 낳은 봄의 성지

이천 산수유마을 산수유
이천 산수유마을 산수유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자락을 타고 번지는 노란빛은 연두도 초록도 아닌, 산수유 특유의 진한 황금빛이다. 겨울이 채 물러나기도 전에 터지는 이 꽃빛이 마을 전체를 뒤덮는 풍경은 봄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리는 신호처럼 보인다.

지금 이 마을에는 약 1만7000여 그루의 산수유 나무가 자란다. 어린 묘목부터 수령 500년에 이르는 고목까지 층층이 어우러진 군락지는 매년 3월 말 절정을 맞으며, 이천시와 지역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가 그 시기에 맞춰 열린다.

원적산 기슭에 자리 잡은 500년 군락지

이천 산수유마을 풍경
이천 산수유마을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천 산수유마을(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원적로775번길 12 일대)은 해발 563m 원적산 기슭의 도립리·경사리·송말리를 아우르는 다섯 개 마을에 걸쳐 있다. 약 5만 평 규모의 군락지는 산자락의 완만한 경사를 따라 이어지며, 높낮이가 다른 지형 덕분에 마을 어느 자리에서도 꽃빛 능선을 품은 전경을 마주할 수 있다.

1519년 낙향한 선비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린 이후 수백 년에 걸쳐 가꿔진 나무들은 지금도 매해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며, 마을 주민들의 생계와 문화를 함께 지탱하고 있다.

육괴정에서 바람골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

이천 산수유마을 모습
이천 산수유마을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을의 핵심 동선은 육괴정에서 시작해 축제장을 지나 바람골에 이르는 왕복 약 1km 코스다. 육괴정은 1519년 엄용순이 건립한 정자로, 이천시 향토유적 제13호로 지정돼 있으며 수령 500년에 달하는 느티나무 보호수 세 그루가 지금도 정자 주변을 지키고 있다.

코스 전체를 걷는 데 약 30분이 소요되며, 마을 가장 높은 지점인 바람골에 오르면 산수유 군락이 굽이치는 마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축제장 주차장 인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룡송도 자리하고 있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축제 프로그램과 가을 열매까지 이어지는 매력

산수유
산수유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는 2000년 제1회 개최 이후 문화관광부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이력을 지닌 지역 대표 행사다. 2026년에는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열릴 예정이다.

개막식은 첫날 오후 2시에 진행되며, 노래자랑·태권도 시범·버스킹 등 공연과 산수유 쿠키·우드포토·전통놀이 등 체험 프로그램, 먹거리 부스가 함께 운영된다. 봄꽃 시즌이 끝난 가을에는 선홍빛 산수유 열매가 마을 전체를 붉게 물들여 전혀 다른 분위기로 다시 찾게 만든다.

입장 무료, 차로 1시간 거리의 접근성

이천 산수유마을 산책
이천 산수유마을 산책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수유마을 입장은 무료이며,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별도 요금이 적용된다. 서울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로 당일 여행지로 적합하다. 축제 기간에는 마을 입구 공용 주차장 외에 임시 주차장이 추가 운영되며, 임시 주차장에서 축제장까지 셔틀버스가 별도 운행된다.

2025년 4월부터는 231번·282번 시내버스 노선이 신설돼 대중교통 접근성도 개선됐다. 개화 시기는 기후에 따라 약 1주 내외로 변동될 수 있어 방문 전 이천시 축제 추진위원회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이천 산수유마을 매화와 산수유
이천 산수유마을 매화와 산수유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0년 전 선비들이 뿌린 씨앗이 오늘날 1만7000여 그루의 군락으로 이어진 이 마을은 자연과 역사가 같은 뿌리에서 자란 공간이다. 화려한 시설 없이도 계절이 빚어내는 풍경 하나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힘이 이곳에 있다.

3월 말 황금빛 절정을 눈에 담고 싶다면, 개화 시기에 맞춰 이천 백사면으로 향해 육괴정부터 바람골까지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꽃이 지고 나면 같은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이 마을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다른 이유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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