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바다 위에 피어난 붉은 단풍

가을 단풍은 산에만 있다는 편견을 산산이 부수는 곳이 있다. 산 정상이 아닌 바다의 가장 낮은 곳, 갯벌 위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붉은 융단. 하지만 이 풍경은 아무 때나 방문한다고 해서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는 시간과 해가 지는 시간이 절묘하게 겹쳐지는 찰나의 순간에만 허락되는, 자연이 연출하는 가장 극적인 드라마다.
“잠겨있던 비경, 2017년 다리가 놓이며 마침내 드러나다”

여정의 목적지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산1-2에 위치한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었던 석모도는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되면서 비로소 육지와 연결됐다.

이 다리 덕분에, 섬사람들만 알고 있던 갯벌 위의 붉은 비경은 이제 수도권 최고의 가을 명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곳의 주인공 칠면초(Suaeda japonica)는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염생식물이다. 여름 내내 갯벌 위에서 초록빛을 띠던 이 식물은 가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온몸을 붉게 물들인다.

단순한 식물을 넘어, 척박한 소금 땅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려 다른 생명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생태계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 ‘가을 비대면 안심 관광지 100선’으로 선정한 이유도 이처럼 광활하고 청정한 자연의 힘 때문일 것이다.
“필수 체크! ‘물때’를 모르면 절반도 못 본다”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여행의 성패는 단 하나, ‘물때’에 달려있다. 밀물 때 방문하면 붉은 칠면초는 바닷물에 잠겨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이 장관을 100%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갯벌이 완전히 드러나는 간조(썰물)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방문 전, ‘바다타임’과 같은 물때 정보 사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외포리’ 항구의 간조 시각을 확인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갯벌이 V자 형태로 넓게 드러나는 간조 시간, 특히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 이후가 바로 황금 시간대다.
이때 방문하면 붉은 칠면초 군락 위로 금빛 윤슬이 부서지고, 해가 질 무렵에는 붉은 갯벌과 붉은 노을이 만나 온 세상이 타오르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잘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걸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색채를 감상하다 보면, 왜 이곳을 ‘바다 위의 단풍’이라 부르는지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도로변에 주차해야 한다. 이 군락지는 강화의 도보 여행길인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의 일부이기도 해, 시간 여유가 있다면 길을 따라 걸으며 섬의 고즈넉한 가을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산의 단풍처럼 언제 가도 그 자리에 있는 풍경이 아니다. 물이 빠지고 해가 지는, 자연의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이 붉은 바다.
이번 주말, 시간과 자연이 빚어내는 위대한 예술 작품을 직접 확인하러 석모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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