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람사르 습지

한반도에 이렇게 오래된 자연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4천 년이라는 시간을 고요히 견뎌낸 강원 인제의 ‘대암산 용늪’은 이름부터 신비롭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국내 최초의 습지이자, 멸종위기 동식물과 희귀 식물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의 보물 창고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6월의 지질·생태 명소로 선정한 대암산 용늪은 지금, 사전 예약을 통해 직접 그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국내 대표 고층습원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해발 약 1,280m 대암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용늪’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고층습원입니다. 고층습원은 물 빠짐이 적고 유기물이 축적되어 이탄층을 형성한 특수 생태 환경으로, 일반적인 습지와는 생물 다양성부터 생태 기능까지 그 차원이 다릅니다.

용늪은 약 4천 년 전부터 이탄(泥炭)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졌으며, 현재는 끈끈이주걱, 비로용담, 금강초롱 같은 희귀 식물과 삵, 산양, 담비, 참매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군이 공존하는 생태 구조는 기후변화 연구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 학술적,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곳은 이미 천연보호구역(1973), 람사르 습지(1997), 습지보호지역(1999), 강원 국가지질공원(2014),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19) 등 각종 국내외 보전 체계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예약제로만 만날 수 있는 용늪 탐방

용늪은 민간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된 보호구역입니다. 하지만 6월 한 달간은 사전 예약을 통해 생태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자연을 보다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탐방은 인제군 서흥리길과 가아리길 등 주요 코스를 따라 진행되며, 전문 자연 환경해설사가 동행해 이탄습지의 생성 원리부터 희귀 동식물의 생태, 기후변화와의 연관성까지 생생하게 안내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하이킹 코스가 아닙니다. 발을 디디는 순간마다 수천 년의 시간이 압축된 생태계의 맥박을 느낄 수 있죠. 자연의 원형이란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대암산 용늪은 더없이 소중한 답을 건넵니다.

대암산 용늪의 가장 큰 가치는 ‘자연 그대로를 지켜낸 공간’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인위적인 시설물이나 인프라 대신, 자연 환경해설사의 설명과 코스별 해설 패널만으로 탐방이 이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모든 프로그램은 최소 인원 단위로 제한되며, 생태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교육이 반드시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