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3대 명폭포라 불리는구나”… 비 올수록 더 장엄해지는 88m 폭포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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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승폭포, 비가 와야 비로소 완성되는 대한민국 3대 명폭

대승폭포
대승폭포 / 사진=인제 공식블로그 안영국

하늘을 찢는 듯한 굉음이 산 전체를 울린다. 88미터 수직 절벽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고 오직 자신의 존재만을 강렬하게 주장한다. 그런데 이 거대한 함성 속에서,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한 남자를 부르는 애틋한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한낱 미물인 지네로부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죽어서도 절규해야 했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말이다.

이곳이 그냥 폭포가 아닌,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을 품은 대승폭포라 불리는 이유를 찾아 설악산국립공원 깊은 곳으로 향한다.

죽어서도 아들을 구한 어머니의 외침

인제 대승폭포
대승폭포 / 사진=인제 공식블로그 안영국

옛날 이곳에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홀로 버섯을 캐 생계를 잇는 ‘대승’이라는 총각이 살았다. 어느 날, 대승은 아찔한 절벽에 밧줄을 묶고 버섯을 따고 있었다. 바로 그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절벽 위에서 들려왔다.

혼비백산하여 절벽 위로 올라가 보니 어머니는 간데없고, 커다란 지네 한 마리가 그가 목숨을 의지했던 밧줄을 갉아먹고 있었다. 죽은 어머니의 영혼이 아들을 구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때부터 효심 깊은 총각의 이름을 따 이곳을 대승폭포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애틋한 전설은 폭포의 웅장함에 깊이를 더하며, 단순한 풍경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킨다.

전설을 향한 가파른 여정

한계폭포
한계폭포 / 사진=인제 공식블로그 안영국

이 애틋한 전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여정은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 분소에서 시작된다. 장수대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부담이 없으며, 국립공원 입장료 또한 별도로 없다. 다만 입산 가능 시간은 정해져 있다.

특히 하절기(4월~10월)에는 새벽 3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들어갈 수 있으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대승령으로 향하는 0.9km의 탐방로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경사를 자랑하는 돌계단길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잠시 뒤를 돌아보면, 보상처럼 펼쳐지는 ‘한국의 마터호른’ 가리봉과 주걱봉의 수려한 산세가 피로를 잊게 한다. 한 시간 남짓 땀 흘려 오르면 마침내 전설이 깃든 폭포의 전망대에 다다른다.

아홉 하늘의 은하수, 명승 제97호의 위엄

설악산 대승폭포
대승폭포 / 사진=인제군청

전망대에서 마주한 대승폭포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특히 장맛비가 내린 후에는 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88m 상공에서 거대한 은하수가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폭포 맞은편 거대한 반석에 새겨진 ‘구천은하(九天銀河)’라는 글씨는 바로 이 풍경에 감탄한 조선의 명필 양사언이 남긴 흔적이다. 그 지형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3월 11일, 이곳은 국가가 지정한 명승 제97호가 되었다.

방문과 관련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장수대분소(033-801-0985)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강원도 폭포
대승폭포 / 사진=ⓒ한국관광공사 홍정표

한 편의 전설을 품고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앞에서, 우리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이야기의 청자가 된다. 힘든 걸음 끝에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 속에 담긴 애틋한 사연은 대승폭포를 잊지 못할 경험으로 만든다.

다만, 여름철 설악의 날씨는 예측이 어려운 만큼, 출발 전 반드시 국립공원공단 웹사이트에서 실시간 탐방로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이 위대한 선물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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