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아침에 밭을 갈 만큼의 해만 잠시 머무는 곳.’ 강원도 인제 첩첩산중, 아침가리(Achimgari)라는 이름에는 오지의 고독과 시간이 담겨있다.
과거 정감록에서 피난처로 꼽았던 ‘삼둔사가리’ 중 한 곳으로,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덕에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름의 아침가리계곡은 바로 이 원시림의 정수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트레킹은 보통 방동약수 주차장에서 시작해 조경동 다리(아침가리계곡 입구)까지 임도를 따라 약 1시간을 걸어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진짜 모험은 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서는 순간부터다. 이곳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 등산객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거나, 때로는 물가의 자갈밭과 숲 그늘을 따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아침가리 트레킹의 백미는 단연 ‘물길 걷기’다.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시원한 계곡물에 온몸을 맡긴 채 첨벙거리며 걷다 보면,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해방감이 밀려온다.
길은 자연이 내어주는 대로 열린다. 얕은 여울을 건너고, 거대한 바위를 넘고, 푸른 이끼가 낀 너럭바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마주하는 풍경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계곡을 따라 펼쳐진 방태산의 울창한 원시림은 완벽한 그늘을 만들어주어 한여름의 뙤약볕마저 잊게 한다. 맑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떼와 귓가를 스치는 새소리는 인공적인 소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이 왜 ‘대한민국 최고의 계곡’ 중 하나로 불리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아름다운 만큼 아침가리계곡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길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자,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방문 전 철저한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끄러운 계곡 바닥을 걷기 위해서는 발을 완전히 감싸는 아쿠아슈즈나 등산 샌들이 반드시 필요하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보호할 방수팩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경동 다리에서 시작해 방동약수로 내려오는 약 7km 코스는 4~5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자연 생태계 보호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매년 봄철(산불방지)과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동절기)는 출입이 통제되므로, 방문 전 인제군 통합관광 사이트나 유선을 통해 개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진입로가 통제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은 단순한 산행이나 물놀이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정해진 이정표 대신 물의 흐름을 읽고, 발밑의 돌멩이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걷는 과정은 잠들어 있던 원초적인 감각을 깨운다.
문명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연과 교감하며 걷는 이 길은, 왜 수많은 이들이 인제 가볼만한 곳으로 이곳을 으뜸으로 꼽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준다.
결코 가볍게 나설 곳은 아니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들어선다면 아침가리계곡은 잊지 못할 여름의 한 페이지를 선물할 것이다. 그것은 정복의 쾌감이 아닌, 거대한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겸허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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