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비밀의 정원
통제된 도로 위의 자연 예술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시간,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점멸등이 숨죽인 채 한 곳을 향한다. 동쪽 하늘이 미미한 푸른빛을 머금기 시작하면, 발아래 계곡부터 피어오른 안개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산 능선을 집어삼킨다.
마침내 해가 솟아오르며 붉고 노란 단풍의 색을 터뜨리는 순간, 이곳이 왜 ‘비밀의 정원’이라 불리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감동은 곧이어 날카로운 현실 인식으로 전환된다. 이곳은 잘 가꿔진 국립공원 전망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군사작전이 수행되는 ‘현역’ 도로 위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머무는 곳이 아닌, 스쳐 지나가는 풍경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비로운 풍경 사진 한 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제 비밀의 정원은 행정적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남면 갑둔리 산122-3 일대에 위치한다.
공식적인 명칭 없이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구전되던 별칭이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다. 이름의 유래는 단순하다. 수십 년간 민간인의 접근이 엄격히 금지된 군사작전도로였기에, 그 비밀스러운 이미지가 자연스레 이름이 된 것이다.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세월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순수한 자연을 선물했다. 태백산맥의 높은 고도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은 밤 사이 지표면의 열이 빠르게 식는 ‘복사냉각’ 현상을 극대화한다.
이로 인해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짙은 안개가 계곡을 가득 메우는 장관이 연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진가들을 매료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다.
제한적으로나마 도로변 촬영이 허용된 지금도, 이곳의 본질은 국가 안보를 위한 군사 시설이라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관령과 정령치,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특별함

운해와 설경으로 유명한 다른 명소들과 비교하면 인제 비밀의 정원의 특수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강릉 대관령이나 지리산 정령치 같은 곳들은 관광객을 위해 넓은 주차장과 안전한 전망 데크, 최소한의 편의시설이라도 갖추고 있다. 방문객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안전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정반대다. 주차장은커녕 화장실, 쓰레기통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여행객이 기댈 곳은 오직 좁고 위험한 갓길뿐이다.
이는 이곳이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라, 군사 목적 도로의 풍경이 ‘발견’된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바로 이곳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방문객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의 본질이다. 편의를 포기하는 대신, 통제된 자연이 선사하는 날것 그대로의 비경을 마주하는 것이다.
셔터 누르기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할 ‘교전규칙’

이곳에서의 모든 행동은 ‘허용’이 아닌 ‘묵인’에 가깝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름다움을 즐기는 권리보다 우선하는 것은 ‘안전’과 ‘존중’의 의무다.
첫째, 군 장병의 통제는 절대적이다. 일출 후 교통량 확보 및 군사 활동을 위해 현장에 배치된 군인이 “이동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즉시 따라야 한다. 이는 단순한 협조 요청이 아니라 군사 지역 내에서의 법적 효력을 갖는 지시다.
둘째, 드론 촬영은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된다. 이 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으며, 허가 없는 촬영은 심각한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안개 낀 풍경을 더 잘 담고 싶은 욕심이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셋째, ‘치고 빠지기’의 미덕이 필요하다. 좁은 갓길은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한정된 자원이다. 원하는 사진을 얻었다면 즉시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우고 현장을 떠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자 이곳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갓길 가장자리에 주차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엄격한 규칙들이 바로 인제 비밀의 정원을 지켜온 힘이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인제관광info센터(033-460-2170)에서 안내받을 수 있지만, 현장의 최종 권한은 전적으로 군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그저 군의 배려로 잠시 이 땅을 빌려 풍경을 감상할 뿐이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의 자유보다, 이곳을 지키는 군 장병의 임무와 자연을 존중하는 책임이 훨씬 무겁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통제가 빚어낸 이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마주할 자격이 있다.

















인제 갑둔리는. 동경대전을 인출한곳인데 너무안타갑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