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매년 30만 명 몰리는구나”… 69만 그루 단풍 물든 자작나무숲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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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자작나무숲
입장료 없이 만끽하는 69만 그루의 순백 힐링

인제 자작나무숲의 가을
인제 자작나무숲의 가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두드림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수십만 그루의 새하얀 나무들. 그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걷는 경험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연간 30만 명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강원도 인제의 명소, 바로 원대리 자작나무숲 이야기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눈부신 풍경 너머에 숨겨져 있다.

이 거대한 순백의 숲이 사실은 반세기 전부터 시작된 인간의 노력으로 태어난 거대한 작품이라는 사실, 그리고 방문객의 주머니 사정까지 배려하는 착한 운영 방식을 알게 되면 여행의 감동은 배가된다.

인제 자작나무숲

인제 자작나무숲
인제 자작나무숲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인제 자작나무숲의 공식 주소는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0이지만, 내비게이션에는 ‘원대리 763-4’로 검색하는 것이 주차장 입구를 찾기에 더 수월하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은 바로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는 관대한 요금 정책이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요금 5,000원을 지불하면 그 자리에서 동일한 금액의 인제사랑상품권으로 전액 돌려준다.

이것은 단순한 요금 할인이 아니다. 관광객의 지출이 인제군 내 식당, 카페, 상점 등 지역 소상공인에게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된, 영리하고 따뜻한 ‘상생 모델’이다.

여행자는 부담 없이 숲을 즐기고, 지역 경제는 활력을 얻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이 상품권 한 장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시작부터 가볍고 즐겁다.

1시간의 즐거운 수고를 준비하라

인제 자작나무숲 트레킹
인제 자작나무숲 트레킹 / 사진=ⓒ한국관광공사 두드림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고 해서 바로 눈앞에 자작나무 군락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진짜 주인공을 만나기까지는 약 3.2km, 성인 걸음으로 50분에서 1시간 20분가량의 ‘기분 좋은 수고’가 필요하다. 이 과정이야말로 인제 자작나무숲 여행의 첫 번째 관문이자 또 다른 매력이다.

입구인 안내소에서 숲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포장된 아스팔트 임도이고, 다른 하나는 흙과 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이다.

많은 방문객의 경험에 따르면, 오를 때는 다소 경사가 있더라도 그늘이 많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숲길을, 내려올 때 무릎 부담이 적은 아스팔트길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조로운 오르막이 이어지는 아스팔트길과 달리, 숲길은 작은 계곡과 다양한 식생, 새소리를 벗 삼아 걷는 재미가 쏠쏠해 지루할 틈이 없다.

민둥산에서 69만 그루의 ‘하얀 숲’으로

자작나무 단풍
자작나무 단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의 풍경은 그간의 수고를 단번에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138ha(약 41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에 무려 69만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국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숲이 본래 자연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곳은 1970년대 이전까지 산불 등으로 훼손된 채 방치되었던 땅이었다. 정부의 치산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20여 년에 걸쳐 자작나무를 심고 가꾼 결과 오늘날의 울창한 숲으로 거듭났다.

숲 안에는 총 7개의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순백의 자작나무가 집중적으로 자라는 1코스(자작나무 코스, 0.9km)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하얀 나무 기둥 사이를 거닐다 보면, 바람에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가 마치 숲이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온다.

운영 시간과 계절별 준비물

자작나무 숲 단풍
자작나무 숲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두드림

이곳의 매력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방문 시점과 준비물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하절기(5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늦어도 오후 3시까지는 입산을 마쳐야 한다.

동절기(11월~3월)에는 폐장 시간이 오후 5시로 당겨지고, 입산 마감 역시 오후 2시로 이르다. 또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정기 휴무이니 헛걸음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사계절 모두 다른 매력을 뽐내지만, 초록 잎이 무성한 여름, 노란 단풍이 물드는 가을도 훌륭한 선택지다. 하지만 인제 자작나무숲의 진면목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에 드러난다.

단, 숲을 보호하기 위해 애완동물 출입과 음식물 반입은 엄격히 금지되니, 가벼운 물 정도만 챙겨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탐방에 나서자. 숲의 아름다움에 취해, 지역의 따뜻한 인심에 한 번 더 감동하게 될 특별한 여행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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