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상 3관왕 받은 공간인데 무료라고?”… 50년 만에 개방된 힐링 전망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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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숲속쉼터, 군초소가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인왕산 숲속쉼터
인왕산 숲속쉼터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차가운 공기가 서서히 풀리며 인왕산 바위 능선을 감싸는 계절, 도심의 소음은 성벽 너머에서 멈춘다. 나무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통유리 창에 부서지고, 긴 나무 테이블 앞에 앉으면 남산N타워와 서울 도심이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 공간은 반세기 넘게 민간인이 발을 들일 수 없었던 군 경계초소였다. 1968년 1·21사태 이후 인왕산 일대에 설치된 약 30여 개 군초소 중 하나였으며, 2018년 전면 개방 결정과 함께 20개 경계초소 중 17개가 철거될 때 보존이 결정된 세 곳 가운데 하나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필로티 하부를 그대로 살리고 상부에 친환경 목구조를 덧입힌 건물은 2021년 한국건축가협회상·목조건축대전 대상·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동시에 받았다. 50년의 긴장이 걷힌 자리에 책과 조용한 사색이 들어섰다.

인왕산 중턱 군초소에서 시민 쉼터로 바뀐 내력

인왕산 숲속쉼터 내부
인왕산 숲속쉼터 내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인왕산 숲속쉼터(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산4-36)는 인왕산 중턱, 한양도성 순성길에 인접한 옛 인왕3분초 자리에 들어선 공간이다. 수도방위사령부 내무반으로 쓰이던 건물은 1968년 1·21사태를 계기로 설치된 군 경계시설이었으며, 이후 약 50년간 일반 시민의 출입이 통제됐다.

2018년 인왕산이 전면 개방되면서 종로구와 국방부(수도방위사령부)의 공동사용협약이 체결됐고, 건축가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와 김상언·김은진(에스엔건축사사무소) 팀이 설계를 맡아 2020년 완공했다.

겸재 정선, 윤동주, 이중섭 등 수많은 예술가와 문인이 인왕산 자락에 머물렀던 것처럼, 이 공간 역시 서울의 오랜 인문 지형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고 있다.

통유리 통창 너머 펼쳐지는 도심 전망과 서가

인왕산 숲속쉼터 풍경
인왕산 숲속쉼터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숲속쉼터 내부에는 환경·생태를 주제로 한 서가와 긴 나무 테이블, 개인 명상 좌석이 갖춰져 있다. 친환경 목구조에 통유리 통창을 적용한 덕분에 어느 자리에 앉아도 인왕산 암반 능선과 서울 도심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별도 예약 없이 방문해 자유롭게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음식물 반입과 취식은 엄격히 금지되며 물과 개인 음료만 허용되는 편이다.

특히 맑은 날 통창으로 쏟아지는 오전 햇살 아래 펼쳐지는 도심 전망은 이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으로 꼽힌다.

인왕산 초소책방·윤동주문학관과 이어지는 산책 코스

인왕산 한양도성길
인왕산 한양도성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서문교

숲속쉼터 주변으로 연계 탐방이 가능한 공간이 이어진다. 인근에는 같은 군초소 재생 프로젝트 계보에 속하는 인왕산 초소책방(2020년 11월 개방)이 자리하며, 하산 방향으로 걸으면 윤동주문학관에 닿는다.

한양도성 순성길과 수성동 계곡 탐방로가 숲속쉼터와 이어져 있어, 성벽 따라 걷는 산책 코스로도 즐기기 좋다.

무엇보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왕산 바위 능선을 바로 옆에 두고 실내에서 쉴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산악 힐링 공간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무료 입장에 대중교통으로 찾는 법과 방문 시 주의사항

인왕산 숲속쉼터 모습
인왕산 숲속쉼터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운영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설·추석 명절 연휴에는 문을 닫는다. 전용 주차장은 없어 인근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방향 정류장에서 1020·7022·7212번 버스를 타면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 내린다. 정류장에서 자락길을 따라 약 10분 걸으면 숲속쉼터에 닿는 셈이다. 문의는 종로구청 도시녹지과(02-2148-2835)로 하면 된다.

반세기의 긴장이 걷힌 자리에 나무와 유리로 다시 세운 이 공간은, 서울 도심에서 가장 조용한 독서 공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인왕산 암반 능선이 내다보이는 나무 테이블 앞에서 책 한 권을 펼쳐 보고 싶다면, 차가운 공기가 풀려가는 이 계절이 찾기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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